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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혼주의 페미니스트, 당고를 만나다 -3-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곤란한 낭만(?)당고: 그러니까 나는 결혼 안 할 거라고 드러내 놓고 말하고 다니지만 내 앞에서 그걸 비난한 사람은 없었어. 오히려 막, 가식인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어머, 결혼도 안 하는데 연애만 십 몇년, 그거 너무 로맨틱해요."이런 막, (같이 웃음) 말도 안되는 반응은 접했는데.이브리: 지금 애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너무 로맨틱해요” 이런 말을 들었어?당고: 응. 뭐… 반대되는 시선들은 분명히 있는 것 같아. 연애만 하는 것이 되게 결실이 없는 거고, 뭐 연애의 최종 지점, 골인, 사랑의 완성은 결혼이고, 그런 시각이 있는 반면에, 사회에는 여러 가지 모순이 있잖아. 또 결혼에서 되게 계산적이란 걸 본인들도 알고 있어. 아니 본인들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는 거지.. 더보기
[인터뷰] 비혼주의 페미니스트, 당고를 만나다 -2-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비혼이라는 특권?이브리: 아까도 잠깐 이야기가 나왔지만, 비혼 운동에 참가한 사람 중에서 레즈비언이나 다른 여성 성소수자도 많이 있었다고 알고 있어.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는 가끔 비혼 운동에 대해서 ‘그냥 자기들 특권을 자랑하는 거다’ 라는 그런 정서를 내가 가끔 접했거든. 그러니까, 이성애자이거나 바이섹슈얼인 비혼주의자를 향해서 “너희는 어쨌든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있는데 그 선택지를 버리는 거지만, 동성애자는 애초에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막혀 있는데 거기다 대고 비혼이 어떤 운동이나 실천이라고 주장하는 건 너무 특권에 기댄 운동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금 다른 쪽으로 더 나아가면, “비혼으로 살 수 있는 건 결국은 사회적이고 경제적.. 더보기
[인터뷰] 비혼주의 페미니스트, 당고를 만나다 -1- 작년 어느 여름날, 나는 친구 당고를 만났다. 이번 호 웹진의 주제가 ‘가족’으로 정해졌을 때부터 나는 비혼 이야기가 하고 싶었고, 내가 아는 사람 중 그런 이야기를 가장 들려줄 수 있는 사람으로 친구 당고가 처음으로 떠올랐다. 이브리: 당고를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하면 될까? 내가 맘대로 쓰는 것보다는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당고: 그냥… 30대 여성이고, 비혼이고, 출판노동자고. 그 정도만 소개하면 될 것 같아. 또, 페미니스트이고. 굳이 비혼 ‘주의자’라고 말할 생각은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사실 당고에게는 걱정이 따로 있었다. 당고: 내가 비혼주의자의 대표라거나 이 인터뷰가 비혼주의자가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생각을 보여주는 것처럼 웹진이 발행되지 않았으면 해. 신문지상에 난 다른 비혼주의.. 더보기
[기고] "결국 남자랑 결혼할 거잖아”라는 말의 복잡한 의미 열일하는 고양이? 바이섹슈얼은 끊임없이 삭제되고 부정된다. 이것은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며 모두에게 공개된 SNS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이다. 바이섹슈얼의 연애는 바이섹슈얼의 연애가 아니라 동성연애나 이성연애로 인지되고, 그리하여 바이섹슈얼은 인식에서 사라지기에 존재 자체가 삭제되거나 어떤 정치적 가능성 자체가 지워진다. 하지만 바이섹슈얼을 혐오하거나 부정하는 이들 상당수는 자신이 바이섹슈얼을 혐오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이섹슈얼 자체의 잘못이자 문제라고 항변한다. 아마도 이런 항변은 바이섹슈얼이 혐오의 대상으로도 구성되지 못 한다는 뜻이리라. 혹은 바이섹슈얼은 혐오의 대상이 될 자격 자체가 없거나 혐오의 대상이 될 조건 자체를 갖추지 못 했다는 의미거나.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발언을 두고 바.. 더보기
[기고] 엄마와의 유럽 여행, 그리고 유럽에서 첫 유학 생활 1년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다음 학년이 되기 전인 방학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결국에는 현 거주지인 ‘어느’ 도시에서 방학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에 가면 부모님 집에 머무르게 될 것이고 그러다가 내 연애 사실을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연애 사실을 들키기에는 나의 연애와 나의 지향성을 다른 사람도 아닌 가족에게 이야기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다음 해를 준비하며 방학 동안 ‘열공’ 한다는 핑계로 한국에 가지 않을 것임을 엄마에게 이야기하자, 엄마는 “그럼 내가 널 보러 가면 되겠네”하고 내가 사는 곳으로 와버렸다. 사진 1: 내가 사는 '어느 도시'는 대략 이렇게 생겼다. ◆ 나는 엄마에게 ‘동성애자인 것 같은 이성애자’였다엄마가 어느 도시에 오기 전, 나는 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