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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호] 연애

[기획]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참관 및 집단별 워크숍 참여 후기: 이번엔 과연 바이섹슈얼이 감춰왔던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2-

*글-주누


*욕구조사 결과 나왔다고? 이번엔 과연 바이섹슈얼이 감춰왔던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참관 및 집단별 워크숍 참여 후기-2-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두둥! 욕구조사결과의 세부 내용 비판적으로 들여다보기 : 집단 간의 차이! ‘차이’?


이번 욕구조사결과를 훑어보면서 제가 가장 고개를 갸웃했던 부분은 집단 간 차이를 강조하는 지점이었습니다. 물론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간성, 바이섹슈얼, 비LGB 퀴어로 여섯 그룹을 나누었을 때 이들 간의 차이를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응답을 백분율로 수치화하여 비교해보고, 각 집단이 갖고 있는 고유한(?) 욕구가 무엇인지 살펴보려는 시도는 이번 욕구조사의 주요한 목표 중 하나이겠습니다...만, 그렇다 하여도 때로는 과연 그 차이가 차이인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건 어쩔 수가 없었어요.


네, 필자가 이러한 의문이 든 이유를 단 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인가?

그러면 아래의 여섯 부분을 예시로 인용해본 후 설명을 한번 해볼게요.

# “그러면서도 게이의 독특한 정체성을 다른 집단에 비해 약간 더 강조하는 편이다. ‘LGBTI 정체성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응답(67.9%)이 ‘LGBTI 정체성은 나를 다르게 만들어주고 그 점에 대해서 나는 편안하게 느낀다’는 응답(32.1%)보다 훨씬 많기는 하지만, 후자의 선택이 다른 성적지향별 집단에 비해 약간 더 많은 편이다(레즈비언은 각각 71.8%와 28.2%, 바이섹슈얼 여성 71.0%와 29.0%, 바이섹슈얼 남성 73.9%와 26.1%).” (p.46.)


# “커밍아웃 경험이 없는 바이섹슈얼 남성은 27.3%에 달하며,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 중 아무도 자신의 정체성을 모르는 바이섹슈얼 남성은 39.6%로 바이섹슈얼 여성(각각 11.7%, 20.1%)보다 현저히 높다. 이러한 모습은 동성애자 그룹 내에서 레즈비언과 게이의 차이와 유사하다. (중략) 바이섹슈얼 남성은 성적지향별 응답자 그룹 중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에 가장 소극적인 집단이다.” (p.59.)


# “바이섹슈얼 여성의 고유한 특징은 비-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한 비율(67.1%)이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한 비율(65.7%)보다 약간 높다는 점이다. (중략) 이는 바이섹슈얼 여성의 커밍아웃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동기에서 이뤄지며, 상대방의 인식 변화를 지향하고 있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과 연관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략) 반면, ‘상대방에게 LGBTI라는 점을 인정받고 싶을 때’(17.3%), ‘커밍아웃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고 싶을 때’(16.0%)에 대한 응답률이 다른 그룹에 비해 높다(전체 각각 14.1%, 12.8%). (p.60.)


# “(바이섹슈얼 남성은) 동성과의 법적 결혼(57.8%)이나 법적결혼이 아닌 형태의 제도적 인정(32.6%)과 같이 동성결합 제도를 원하는 비율은 90.4%이기는 하지만 성적지향별 응답자 그룹 중에서는 가장 낮아, 동성결혼과 같은 파트너 십의 제도화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욕구를 보인다.”(p.62.)


# “‘나는 나의 LGBTI 정체성 때문에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지 않다.’ … 에 대한 응답률이 73.9%로 성적지향별 응답자 그룹 중 가장 높다(게이 67.9%).”(p.62.)


# “(바이섹슈얼 여성은) 32.6%가 동성과, 11.0%사 이성과 연애 중이며 연애기간 평균은 23개월이다. (중략) 동거욕구가 다소 약하게 나타난다. 바이섹슈얼 여성은 레즈비언과 더불어 동성결혼 제도화에 대한 욕구가 큰 집단이다. 동성결합제도로 63.4%가 법적 결혼을 선호하고 32.3%가 법적 결혼이 아닌 제도적 인정을 원해, 법적 결혼에 상대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전체 각각 59.8%, 36.1%).”(p.63.)


위에 인용한 부분들은 바이섹슈얼 집단의 응답이 다른 집단들의 응답에 비해 백분율 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문구를 동일하게 담고 있습니다. 정체성 인식부터 커밍아웃 경험, 커뮤니티 활동에 대한 기대, 연애와 법적 결혼에 대한 욕구 등 하나 같이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 다른 집단들과 바이섹슈얼 집단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 함께 하고 있고요, 만약 위에 인용한 내용에서 말하고 있는 차이가 실제라면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바이섹슈얼의 모습을 더욱 구체화해주는 매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되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수치 차이가 '그렇지만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는 차이가 없다고 볼 수는 없나'란 반박에 대해 아무런 답도 해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차이가 유의미한지의 여부를 통계적으로 입증될 수 없다는 거지요.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지를 검정한다란 건 쉽게 말해, A라는 집단에 속한 이들 중 일부를 무작위로 뽑은 조사 대상(이를 A'라고 불러봅시다)과 B라는 집단에 속한 일부(B')에게 동일한 질문을 하였을 때 그 응답 결과가 다른 수치를 보여준다면, 이 차이로 정말 A와 B 전체가 다르다고 말해도 괜찮은가에 대한 검증을 말합니다. 만약 A'가 A 집단 안에서도 아주 독특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만 정말 정말 우연찮게 뽑힌 거라면 A'들이 답한 결과는 A 집단을 전수조사했을 때와 상이한 결론이 나올 수도 있거든요. 이러한 문제를 나름 해결하기 위해서 유의성 검정을 하는 거지요. 이 검정 과정을 거쳐보니 (수치 상으로는 차이 나지만) 유의미하지 않다고 나오거나 혹은 이러한 과정을 아예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면, 좀 엄격하게 말해 “A'와 B'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수치 상으론간 차이가 나왔지만 이는 별 의미 없고, A와 B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해야 하는 거지요.


위의 인용 중에서 맨 마지막 걸 가지고 예를 들어보면, 바이섹슈얼 여성 집단이 전체 평균이나 바이섹슈얼 남성 집단과 비교했을 때 법적 결혼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선호를 한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사실 이는 위의 수치만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바이섹슈얼 여성 조사 참여자 중에서 법적 결혼에 긍정 응답을 한 63.4%가 바이 남성(57.8%)이나 전체(59.8%)보다 숫자상으로는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섹슈얼 여성 집단이 LGBTI 전체 집단 평균보다, 바이 남성 집단보다 더 긍정적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어렵다는 거지요. 더군다나 조사 참여자들이 문항 중에서 '법적 결혼'과 '제도적 인정'을 어떤 의미로 이해하며 응답했는지에 따라 이 수치는 크게 변동될 수도 있는 것이기도 할 테고요.


사실 6월에 발표된 욕구조사결과와 10월 나온 최종 보고서 모두 수치의 차이를 이유로 집단 간 차이 나는 특성을 강조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런 해석은 자칫,


(1)유의성 검정을 하지 않는 이상 통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확실히 알 수 없다.

(2)무작위추출의 조사가 아니었기에 이런 방식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3)응답 백분율 숫자를 단순비교하는 방법만으로는 특정한 특성들이 과잉해석되거나 과소평가되는 왜곡이 생길 수도 있다.


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어요.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는 어떤 집단에 대한 그릇된 스테레오 타입을 반복하고 강화하는 데에 근거로서 오용될 수도 있는 거고요. (아, 욕구조사결과가 그런 의도라는 게 아니라 아주 악랄하게 악용하려 한다면 그럴 위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해하지 않으시길...)


이러한 한계가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 자료는 아주 귀한 자료입니다. 규모 면에서도 이 정도의 참여자가 있었던 조사도 없었을 뿐더러, 준비부터 분석, 이후 결과의 공유 과정까지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니까요. 이처럼 귀하고 중요한 자료인 만큼 제대로 잘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 웹진을 통해 알게 되어 이 욕구조사 보고서를 구해 읽어보실 분들께 팁을 하나 드리자면,


(1)각각의 집단들(당연히 바이섹슈얼을 포함하여)에 해당하는 조사 결과 수치가 그 집단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번 욕구조사는 무작위 추출로 표본(조사 참여자)을 모으지 못한 조사이지요. 애초에 LGBTI 집단 전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들 상당수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기도 하니까요.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전국적으로 수 많은 참여자를 모았지만, 한편으로는 조사방법에 있어서 홍보할 수 있는 루트가 한정되어 있다든지 오프라인으로 참여자를 모집하려 할 때에 지역적 거리가 있기 때문에 특정 지역 사람들이 더 많이 참여했을 거라는 한계도 있었을 테고요. 온라인 참여의 경우에는 접근성에 있어서 세대 간, 계층 간 격차로 인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대/계층과 그렇지 못한 세대/계층도 나뉘어 있었을 것이라 전자 쪽 집단이 과잉대변되었을 가능서도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러한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있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현실적으로 이 방식이 최선의 방식이라 생각되고요. 따라서 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던 사람들은 이러한 욕구와 의견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구나 라면서 욕구조사결과를 읽으면 어떨까 합니다. (조사방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시면 최종 보고서의 p.11-13.을 참고하세요.)


(2)여러 군데에서 강조되는 집단 간의 차이 중 일부는 어쩌면 아직 미처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결과 상으로는 바이 남성과 게이 남성 간에 차이가 있다고 나왔더라도 그 차이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하지만 굉장히 수고스러운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추가 작업이 이뤄진다면 이 자료의 가치는 분명 배가될 것이고요. 그런데 응답자 수가 4천 명이 넘고 그 중 유효 응답자 수 역시 3천 명이 넘는 매우 규모 큰 조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섯 개의 개별 그룹으로 범주화해야 함으로써 숫자가 나뉘게 되기 때문에 일정 수 이상의 사례를 필요로 하는 검정 작업에는 한계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예를 들어, 바이 남성 198명, 비LGB 퀴어196명, 간성 4명 등의 경우 “OO 집단은 평균적으로 이런 특성을 지닌다”라고 일반화된 결론을 도출하기엔 좀 모자란 수이지요.) 그렇기에 현재로서는 (1)에서 얘기한 바와 마찬가지로 이번 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각 집단에 속한 이들은 얼추 이러한 차이를 보이는구나 하고 일단 제한적으로 읽어보신 후에, 그렇다면 이런 차이가 과연 차이인지, 유의미한 차이인지, 나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 차이인지 등을 좀 더 고민/상상하시면서 자료를 보는 게 어떨까 합니다.


(* 최종 보고서의 170쪽 이후부터는 조사에 쓰였던 설문지가, 201쪽부터는 가중치 및 각 문항에 대한 통계표가 첨부되어 있으니, 자료 독해가 가능하신 분은 이를 적극 활용하면서 최종 보고서를 읽기를 권장드립니다.)



욕구조사결과에 남은 풀리지 않는 난제(?)들


앞서 골치가 지끈거리는 수치와 통계 이야기를 했으니(혹시라도 독자 여러분들이 읽으시다가 그냥 스킵하셨을까 걱정되고 이유 없이 죄송한 마음... ㅠㅠ), 이번엔 좀 짧은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난제라고 할 수 있는 두 요소를 중심으로 욕구조사결과에는 미처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또 다른 욕구들에 대한 썰을 풀어보렵니다. 그 두 요소는 바로 '법적 결혼'과 '무성애'입니다.


# 난제 1 : 법적 결혼...


앞에서 일부 살펴보았듯이, 이번 조사의 문항 중에는 법적 결혼과 관계의 제도적 인정에 대해 묻는 질문이 있지요. 바이섹슈얼에게도 (꼭 법적 결혼만이 아니라) 자신의 관계망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서구의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는 파트너 등록제나 시민 결합 등 파트너십의 제도적 인정은 (이성애적 관계도 물론 포함하여) 비이성애적 결합으로 이뤄진 다양한 관계망을 구성하며 살고 있는 이들의 삶의 형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사회적 인식 역시 크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할 거고요.


그런데 비혼으로 살고 있고 (앞일은 모른다지만?!) 앞으로도 그리 살아가려 하는 제가 법적 결혼과 제도적 인정에 대한 문항을 처음 보았을 때에는 그냥 정답다운 정답을 골라 표기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최종 보고서 p.184-187에 이에 대한 문항들이 실려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래, 동성애자에게든 양성애자에게든 다성애자에게든 법적 결혼이라는 옵션이 추가로 인정되면 더 좋겠지”라고 생각들었고, 선호하는 가족형태를 묻는 63번 문항을 보면서는 “파트너와 공동생활/지인과의 공동체/1인 가구 중에서 골라 답하면 얼추 내 상황과 비슷하겠지”라는 정도의 마음이었달까요? 네, 솔직히 그 문항들에서 저의 욕구를 반영할 선택지는 보이지 않았고, 사회적 의의와 내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올바른 답을 택하였다고 기억됩니다. 그러면서 “결혼과 제도적 인정을 ‘욕구’하는 주어는 나인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인가?”란 물음이 머릿속에 계속 남았습니다.


또한 (우리 웹진의 창간호 [커밍아웃]에도 몇 차례 언급되고 있듯이) 바이섹슈얼에게 결혼은 또 다른 맥락을 지니는 이슈이기도 합니다. “박쥐”, “즐길 거 즐기다 결국 떠날 년/놈”, “여차하면 이성애자들의 세상으로 도피해도 해코지 당하지 않을 존재”, “그러다가도 이성 만나서 결혼하겠지”, “원한다면 결혼도 할 수 있는 네가 우리(동성애자)와 어떻게 같을 수 있냐?” 등등의 낙인이 분명 존재하는 상황에서 바이섹슈얼에게 법적 결혼할 권리를 추구한다는 입장은 비혼 이성애자나 동성애자와는 전혀 다른 맥락을 지닙니다. 따라서 바이섹슈얼을 포함하여 단성애적이지 않은 이들에게 결혼에 대한 문항은 더욱 세분화되었어야 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물론 200여 개에 가까운 문항 수로 이뤄진 다지선다형 질문지에다 넣고 싶은 질문을 다 넣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할 것이고, 적확하고 꼭 필요한 질문만 넣는 작업은 자료 조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나 분석/해석을 원활하게 시행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일일 겁니다. 저 역시 이리 저리 고민해보아도 비혼의 주요한 이슈들이나 바이섹슈얼과 결혼 간의 맥락을 설문지에 적절하게 잘, 이쁘게 넣을 수 있는 문항을 만들기는 참 묘연하고 어렵더군요. 그럼에도... 아쉽다는 말을 또 할 수 밖에 없긴 했어요. 또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 구성권에 대한 이슈들과 함께 이야기되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한지라, 비혼, 모노아모리이지 않은 관계(혹은 소위 다자간 관계), 집단 공동체로서의 가족의 형태, 바이섹슈얼과 결혼 사이의 맥락, 법제도에 편입되는 데에 있어서의 긍/부정적인 영향 등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라서 복잡복잡 얽히고 설키다가... (머릿속이 펑~!!)


# 난제 2 : 무성애...


욕구조사 설문지 35번 문항에서는 “귀하의 성적지향은 무엇입니까?”를 묻고 있습니다. 선택지는 동성애/이성애/양성애/직접입력 이렇게 네 가지이고요. 제가 설문에 참여했을 적에 이 문항을 처음 보고선 “난 폴리섹슈얼이라고 말하고 다니는데, 양성애를 택해야 하나, 직접입력에 써야 하나?”라며 살짝 헷갈렸던 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고, 다음으로 “응? 무성애자는 어디...? 직접입력에 써야 하는 거야?”란 의구심이 들었더랬습니다. 시간이 지나 욕구조사결과를 보니 무성애자는 비LGB 퀴어 그룹에 속해 있더군요. 그 수도 적지 않았다고 하고요. 욕구조사결과에 따르면 무성애자는 비LGB 퀴어 집단의 '성적 지향 기타 정체성(pansexual, asexual, demisexual, 거부, 여성애자, 남성애자, bi romantic, autosexual, 인간애, questionary, antisexual, heteroflexible)' 중 하나로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성애를 비롯해서 이 정체성들을 바이섹슈얼과는 다른 집단이자 이들끼리 또 하나의 집단으로 묶는 방식이 - 비록 참여자 수가 타 집단에 비해 훨씬 적어서 이들을 모두 따로 범주화했을 때 통계 조사로서의 의미가 없다는 한계를 고려한 방식인 것 같지만 - 무리가 있다고 생각 들었지요. 이러한 우려는 이 글의 뒤에서 좀 더 자세히 기술할 집단별 워크숍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어떤 독자분께서는 “바이섹슈얼 웹진에서 왜 무성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지?” 반문하실 수도 있겠지만, 바이섹슈얼 안에도 무성애는 존재합니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 개념적 범주 구분에 따르자면 바이섹슈얼은 유성애이니 무성애와 다른 것 아니냐 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러한 입장을 가진 무성애적 주장들도 있습니다만, 이렇게만 보았을 때 바이 로멘틱, 범성애적 데미섹슈얼, 시간과 상대에 따라 무성애와 유성애(바이섹슈얼적 성애)를 오가는 정체성 등은 삭제되고 말지요.


이런 면에서 봤을 때 무성애는 (비록 그 수가 적었다 하더라도) 별도 문항으로 조사가 이뤄졌더라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 역시 어떤 문항으로 구성해야 적절할지는 매우 어렵긴 하네요.)


*글-냥이성애자로 알려진 주누

*글 수정, 보완-이브리, 잇을


*욕구조사 결과 나왔다고? 이번엔 과연 바이섹슈얼이 감춰왔던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참관 및 집단별 워크숍 참여 후기-3- 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