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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호] 연애

[기획]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참관 및 집단별 워크숍 참여 후기: 이번엔 과연 바이섹슈얼이 감춰왔던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1-

*글-주누


* 이 글의 내용은 바이모임 전체의 공식 혹은 공통 의견이 아니며 작성자의 개인 의견과 느낌에 의해 쓴 것이니, 이를 감안하시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INTRO


2014년 6월 14일 오후,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는 성소수자의 삶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의미 있는 조사에 대한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이하 '친구사이')에서 기획, 발행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이하 'SOGI법')에서 조사를 수행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주요결과>(이하 '욕구조사결과')의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이 글은 6월 이 날 현장에서 배포된 자료집과 발표 내용, 뒤이어 10월 23일에 추가로 발표한 한국 LGBTI 욕구조사 최종 보고서(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링크는 http://sogilaw.org/39 또는 http://chingusai.net/xe/library/416855 ), 그리고 11월 21일 인권중심 사람에서 열린 바 있는 <LGBTI 사회적 욕구조사 집단별 워크숍 : 바이/퀴어>의 준비 과정과 그 워크숍에서 나눠진 이야기들을 기본 자료로 삼아 작성되었습니다.


그럼, 먼저 방대한 욕구조사결과의 바닷속으로 함께 들어가 봅시다~





욕구조사에 참여하였던 바이섹슈얼들은 누구?


6월 결과 발표회 현장에서 배포 중이던 자료집을 받자마자 후루룩 들춰보았습니다. 자료집에서 바이섹슈얼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10페이지에 나온 용어 정의에서부터입니다.


바이섹슈얼 : 남성과 여성에게 성적 이끌림을 느끼고, 깊은 관계를 맺는 남성 혹은 여성을 말한다.”(p.10. 이하 인용된 페이지 숫자는 별도의 설명이 없는 한 이 날 배포된 자료집을 기준으로 합니다. 최종 보고서와 페이지 숫자가 다르다는 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정의를 보자마자 무언가가 탁 하고 목에 걸렸다고 말하는 게 솔직한 마음일 겁니다. “남성과 여성에게 성적으로 이끌리는 이”라는 정의내림은 스스로를 바이섹슈얼라고 정체화하는 이들의 다양한 자기 정의에 꼭 걸맞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적어도 나에게는 바이섹슈얼에 대한 이 정의가 내 경우와 결이 다르다고 보였기 때문이지요. 물론 조사를 시행한 쪽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뜻을 사용하고자 했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나, 전체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런 할 말이 많지만, 조사 설계했던 측 입장에서도 역시 이러한 정의내리기 방식이 한계가 있고 맹점이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을 거고 또한 현장에서도 발제자께서 용어 정의의 한계와 관련된 발언을 하시기도 하였기에 '그래, 일단 그렇다고 하자'라며 넘어가기로 하였지요.


본론으로 더 들어가 살펴보자면, 현장에서 발제된 내용 중 성별, 거주지, 직업, 소득 등 기본 인적상황에 대한 결과에서 바이섹슈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들 중에 눈에 띄는 열 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 응답자 수 중 바이섹슈얼 여성이 두 번째로 많음. (1위는 레즈비언 집단) 바이섹슈얼은 포커스그룹인터뷰를 할 집단을 모집하기 어려웠으나, 온라인 설문에서는 바이섹슈얼 여성이 다수라는 간극도 나타났다.


# 수도권 거주자가 많은 점은 타 집단과 유사했으나, 바이섹슈얼의 경우 서울 거주자는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 정규분포 곡선을 그리는 여타 정체성별 연령 분포에 비해, 바이섹슈얼의 경우 10대와 20대 초 비율이 확연히 높았다. 이는 학력 및 직업, 고용형태, 차별인식, 제도 및 혼인에 대한 관점 등에도 연동되어 반영되었다.


# 바이섹슈얼 전체 조사 참여자 중 상대적으로 트랜스젠더의 비율이 타 성적지향 관련 정체성 집단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었다.


# 비LGB 퀴어의 성적지향 기타 정체성에서는 범성애에 관한 답변이 다수였다. 그리고 무성애자에 대해서는 곤란한 설문 셋팅이라는 반응이 있었다.


# 이성애자 분류는 모두 트랜스젠더/간성으로 범주화되어 있다.

# 자신의 성적지향 관련 정체성을 바이섹슈얼 혹은 퀴어라 밝힌 응답자들 중에는 개개인별로 커밍아웃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겠다.


# 바이섹슈얼 여성은 레즈비언 응답자와 더불어서, 설문 참여자 중 교육직에 종사하는 비율이 다른 정체성 집단과 비교하여 조금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 조사 대상 중 바이섹슈얼 참여자의 거주지는 서울 및 경기, 즉 수도권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70% 안팎으로 나타났는데, 이 결과는 다른 정체성 범주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여성 바이섹슈얼 69.6%, 남성 바이섹슈얼 64%가 수도권 거주)


# 바이섹슈얼 남성, 게이의 소득이 1, 2위(341만, 303만)로 월등하다. 남녀 간 젠더 불평등이 요인일 거라고 짐작된다. (참고로, mtf와 ftm이 각 185만, 197만으로 최하위 그룹)


역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첫째로 설문 참여자 중 바이섹슈얼 여성의 참여자 수가 아주 많았다는 점이겠지요. 실제 숫자로는 다른 정체성 범주의 참여자와 비교했을 때 레즈비언 참여자 다음으로 많았다고 하네요. 물론 이 숫자 많음이 무얼 보여주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단지 수가 많다는 점만으로는 욕구조사결과에 그 집단의 욕구가 잘 가시화되었다거나 더 실제에 맞게 반영되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이를테면 인터넷 설문에 접근 가능한 사람들이 과잉재현되었을 수도 있는 거지요. 물론 욕구조사결과에는 센서스 조사와 미국 갤럽 조사 등을 참고하여 연령과 성별에 따른 가중치를 두어 수정한 수치로 발표한다고는 하였지만, 그 가중치의 기준 자체에도 문제가 남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LGBTI 인구 분포 자료가 부재하는 현실에서 모집단 분포 자체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떠한 보정이 가해지더라도 그게 적확한 보정인지를 확신할 수 없으니까요. 물론 기존의 자료를 참고 삼아 근사치를 찾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되길 기대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둘째로 바이섹슈얼로 또는 LGB가 아닌 퀴어(이하 '비LGB 퀴어')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밝힌 이들은 다른 정체성 범주 참여자들과 비교했을 때 10대와 20대 초반의 비율이 확연히 높아요. 이 결과는 또 어떻게 해석하는 게 좋을까요? “'바이섹슈얼, 범성애, 성적지향거부, 여성애자, 남성애자, 바이로멘틱, 오토섹슈얼, 인간애, 퀘스쳐너리, 안티섹슈얼, 젠더퀴어, 헤테로플렉서빌리티, 무성애와 데미섹슈얼 등등'의 정체성은 젊은 시절 잠시(!) 거치는 경로이다”라는 스테레오 타입이 간접적으로 검증되는 결과일까요? 아니면 온라인 설문 경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바이섹슈얼들이 많이 참여한 거 뿐일까요? 그도 아니라면, 이들은 중년이 넘어가면 더 이상 그런 용어들로 자신을 설명하지 않는 걸까요? 그냥 요새의 흐름이거나 세대 차가 이유일까요? 이런 저런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지 사실은 알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6월 욕구조사결과 발표회 자리에서 발제자가 언급했던 ...필요한 질문은, '바이섹슈얼 여성의 연령분포가 이와 같이 나타난 것은 우연적인가?'라는 물음이 자꾸 귓가에 맴도네요.


여하튼 이러한 특별한 연령분포는 거주지와 직업 분포, 연애 경험 및 기간과 동거 패턴, 학력 등등 여러 부분에 연동되어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집단과 비교하여 바이섹슈얼 여성 참여자들의 수도권 거주자가 많은 건 비슷하지만 정작 서울 거주자가 좀 더 적은 수인 건 구직 상황이나 대학 진학 등과 연관되어 있겠지요. 반면에 수입이 가장 많은 집단이 바이섹슈얼 남성이네요. 바이 남성과 게이가 높은 수입의 1, 2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한국 사회 내 젠더 간 경제적 불평등이 이유이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네요 : 욕구조사결과로부터 도출되는 바이섹슈얼의 모습


다음으로, 최종 보고서를 비롯하여 욕구조사결과 전체 중 바이섹슈얼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보여지는) 부분을 취사 요약해보았습니다.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역시 열 가지를 골라봤어요. (*아래 내용은 조사를 설계/시행/분석한 분들의 애초 조사 목적이나 의도와 무관하게 필자가 자의적으로 발췌 요약한 내용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또한 욕구조사발표 자료집만이 아니라 3월에 나왔던 설문 조사 분석 보고서와 10월에 나온 최종 보고서를 함께 참조하였습니다.)


# 바이섹슈얼 남성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에 가장 소극적인 집단 중 하나이며, 바이섹슈얼 여성은 타 집단과 비슷한 분포로 커밍아웃을 하였다. 단, 바이섹슈얼 여성은 비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한 비율이 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한 비율보다 약간 높게 나왔다.


# 바이섹슈얼 남성 중 35.1%가 연애 중이었으며 24.4%가 동성과 10.2%가 이성과 연애 중이었다. 바이섹슈얼 여성 중 43.6%가 연애를 하고 있었고 그 중 32.6%는 동성과 11.0%는 이성과 연애중이었으며 평균 연애기간은 23개월이다. 정체성 별 연애 기간을 그래프(X축 기간)로 그렸을 때, 바이섹슈얼 여성만 L자 곡선, 나머지 집단은 U자 곡선을 보였다. (즉,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수가 상대적으로 적음) 남성과 연애 중인 바이섹슈얼 여성 66명도 역시 L자 곡선이며, 동거 기간 역시 L자 곡선의 유형을 보이고 있다. 바이섹슈얼 여성은 연애 기간, 동거 패턴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장기간의 동성과의 연애는 레즈비언으로서 정체화하기도 하고, 이성과의 연애는 굳이 퀴어적으로 안 드러내기도 하여 커뮤니티 바깥에 위치한다. 아마도 조사 참여자 중 낮은 연령대가 다수였기 때문일 수도 있다. (cf. 기혼 이성애자 트랜스젠더가 적은 이유도 이들이 LGBTI 커뮤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



# 바이섹슈얼 남성은 파트너십의 제도화에 비교적 소극적인 집단이지만 바이섹슈얼 여성은 동성결혼 제도화에 대한 욕구가 큰 집단이다. 바이섹슈얼 남성 13%가 기혼이었으며(비 트랜스젠더 집단 중 바이섹슈얼을 제외한 나머지 집단들에서는 1~3%), 바이섹슈얼 남성 42%가 자녀 양육 의사가 있다고 답하여 집단 중 가장 높게 나왔다.


# 바이섹슈얼의 커뮤니티 가입 경험 비율이 낮게 나왔다. (여 71%, 남 83%, cf. 레즈비언 집단과 게이 집단은 98%)  


# 파트너링 커뮤니티 선호도에서 레즈비언, 게이 집단과 확연히 다르게 바이섹슈얼(남녀 공히)와 트랜스젠더 집단은 일반 커뮤니티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게 나왔다. (cf.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는 연애하려고 모이는 수가 적다는 것도 한 이유일 수도 있고, 바이섹슈얼의 경우는 정보를 찾거나 친교를 원해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이유일 듯.)


# 레즈비언 집단과 게이 집단에서 오프라인 커뮤니티 경험없음이 각각 16%, 22%이고, 바이섹슈얼 남녀는 50% 안팎을 보였다. 한국에 바이섹슈얼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반면에 바이섹슈얼들은 SNS를 통한 개인적 실천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SNS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감추고 사용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바이섹슈얼 여성의 경우 LGBTI 커뮤니티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정체성과 연애 등에 관련된 상담을 두 번째로 많이 답하였는데, 전체 평균에 비하여 그 비율이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바이섹슈얼 여성 43.1%, 전체 평균33.0%)


# 바이섹슈얼은 레즈비언, 게이 집단에 비해 "LGBTI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에서 '주변 사람과 대화를 통한 인식 변화' 비율이 높으며, 바이섹슈얼 남성은 '인권단체 후원' 비율이 매우 낮게 나타났다.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여성은 23~28%인데 반해 바이섹슈얼 남성은 6%)


# 삶에서 LGBTI 정체성의 중요도를 물었을 때 바이섹슈얼 남녀 집단에서는 중요하다고 답변한 비율이 낮게 나온 반면 정체성에 대한 긍정도는 높게 나왔다. 그 이유는 확실치 않다.


# 비LGB 퀴어 정체성 집단은 차별 민감성이 높게 나왔다.


이 결과들을 종합하여 욕구조사결과를 통해 재현되는 바이섹슈얼의 모습은 이러합니다:


(바이섹슈얼은 평균적으로...) 남성은 커밍아웃을 잘 하지 않고, 여성은 비성소수자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하는 빈도가 높다. 이들은 열 명 중 서너 명은 연애 중이며, 여성의 경우엔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다. 남성은 파트너십의 제도화에 비교적 소극적이지만 여성은 그에 대한 욕구가 크다. 남성의 경우 7~8명 중 한 명 꼴로 기혼이고 열에 넷은 자녀 양육 의사가 있다. 이들은 커뮤니티 가입 경험도 적을 뿐 아니라 파트너링을 위해서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보다는 일반 커뮤니티를 더 선호한다. 또한 SNS에서 많이 활동하지만 그곳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를 꺼려한다. 이들은 대화를 통해 주변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키려는 경향이 있지만, 삶에서 바이섹슈얼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정도가 다른 집단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음... 어떠한가요? 맞나요?



*글 -냥이성애자로 알려진 주누

*글 수정, 보완-이브리, 잇을

*이미지 출처 :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법 정책 연구회 홈페이지

원본 주소: http://www.sogilaw.org/39


*욕구조사 결과 나왔다고? 이번엔 과연 바이섹슈얼이 감춰왔던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발표회 참관 및 집단별 워크숍 참여 후기-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