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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호] 커밍아웃

[특집] 상상의 동물 바이섹슈얼 생태보고서

독자 여러분은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소문과 소동을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비슷하게, 요즘 커뮤니티 안팎에서 출몰한다는 ‘바이섹슈얼'은 대체로 관심의 영역 밖에 있는데도 어쩐지 종종 이들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때로는 이들이 심지어 실존하지도 않는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바이섹슈얼을 목격했다는 제보는 끊이지 않는다.  

바이, 이들은 상상의 동물인가? 현실에 존재하는 종인가? 

본 웹진 <바이모임>은 이들을 향한 호기심과 제보를 모아 특집을 구성해 보았다.

 


[각주:1]


또 하나의 상상의 동물, 바이섹슈얼?!


종 분류

관찰이 어려운 까닭에, 바이섹슈얼은 제대로 분류하기 몹시 모호하다. 지금까지는 호모섹슈얼 종(게이와 레즈비언으로 분류된다)의 아종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 한편, 어쨌든 독립된 종이 아니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논 모노섹슈얼[각주:2]'이 독립된 하나의 종을 이룬다고 봐야 하며 이들은 게이/레즈비언과 구분되는 새로운 종이라는 소수의 의견이 눈에 띈다. 한편 이들은 게이/레즈비언의 변종이나 아종이 아니고, 단지 발달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은 탓에 다른 것처럼 느껴질 뿐 게이/레즈비언, 아니면 헤테로섹슈얼 종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주장도 득세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 의하면 기후나 환경오염 때문에 생육상태가 좋지 않은 식물 개체를 보살피듯 이들을 보살펴주면 본질을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성체가 되었을 때 이들이 어떤 모습인가 하는 것도 논쟁거리이다. 현재 학계는 기혼이반은 바이섹슈얼의 한 아종이라는 설과 바이섹슈얼의 성체가 기혼이반이므로 사실상 둘은 같은 종이라는 설을 놓고 대립중이다. 어찌 되었건, 대중의 인식 속에서는 많은 경우 기혼이반과 바이섹슈얼이 동종으로 간주되고 있다.



생태

상술하였듯이 발견 자체에 어려움이 따르는 탓에 바이섹슈얼을 직접 관찰하기란 쉽지 않다. 목격담조차 서로 엇갈리고 있어서 바이섹슈얼 생태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본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바이섹슈얼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 생태를 생생하게 복원할 수 있었다.

우선, 이들 바이섹슈얼은 어쩐지 모두 비트랜스젠더에 유성애자[각주:3]라고 알려졌다. 게다가 모두 비장애인인 것 같기도 하다. 또 제도 결혼을 간절히 원하고 있으며 언제든 결혼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사실이 어쨌거나 목격담이 하나같이 당연한 듯 그렇게 가정하고 있다는 점만은 확인된다.[각주:4]


목격자들에 의하면, 바이섹슈얼을 관찰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들이 자꾸 헤테로섹슈얼이나 호모섹슈얼의 모습을 의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소라게가 고둥의 껍데기를 뒤집어쓰는 것처럼 동성애자(호모섹슈얼) 혹은 이성애자(헤테로섹슈얼)의 껍데기를 뒤집어써서 위장하고 자신을 보호한다고 한다. 혹자는 바이섹슈얼이 자기보호를 위해 남의 껍데기를 둘러쓴다고 말하고, 혹자는 이들의 본모습이 너무 추하므로 이들이 껍데기 밖으로 나올라치면 주위의 다른 정상적인 생물이 황급히 껍데기 안으로 밀어 넣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는 바이섹슈얼이 다른 정상적인 생물들로부터 박해를 받는다는 주장은 도무지 말도 안 되며, 자기자신의 추한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 바이섹슈얼이 스스로 껍데기를 뒤집어쓰는 것 뿐이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특징

목격자들은 이들의 의태 능력이 종 자체의 생존에 상당히 유용하더라고 보고하고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이성을 만나 결혼해서 잘 먹고 잘살 수 있는 데다가, 정체를 들키더라도 위험이 훨씬 적기 때문이다.[각주:5] 이런 의태 능력 덕분에 이들은 호모섹슈얼 종이 겪는 어려움을 절반씩만 겪는다. 예를 들어, 호모섹슈얼 종이 직장에서의 해고, 혐오에 의한 구타 등의 위험에 직면할 때 바이섹슈얼들은 그 절반만 구타당하며, 해고된 것도 아닌 것도 고용된 것도 아닌 ‘반만 해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리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 극도의 비가시성에 더해서, 바이섹슈얼은 언어적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언어가 없어서, 앵무새와 같이 호모섹슈얼 종이나 헤테로섹슈얼 종의 언어를 흉내 내는 방식으로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이 흉내낸 언어로 ‘바이섹슈얼'서사를 말하려고 시도하는 순간 아무도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침

바이섹슈얼은, 최근 들어 점점 빈번히 목격되고 있어 환수라고 하기에는 신비감조차 없는 관심 밖의 존재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존재 여부 자체가 논란에 부쳐진 희안한 생물이기도 하다. 또한, 그 비가시성과 언어 없음으로 인해 목격하고 대화를 나누기가 극도로 어려우므로, 독자 여러분께서는 본지가 오로지 목격담에만 의지해서 바이섹슈얼의 생태를 구성하고 있는 점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웹진 [바이모임]은 여러분의 의견과 반론에 열려 있다. 본 기사에 반하는 사례를 알고 계신 분들께서는 bi.moim.kr@gmail.com으로 제보를 부탁드린다.



*글-[어느 저녁 모임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에 기초하여]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이브리


  1. 이미지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PecoraCorno.png?uselang=ko [본문으로]
  2. 파트너의 성별이 단 하나(남성, 여성 등)에 고정되어 있지 않거나, 또는 파트너 선택에 있어 성별 자체를 상관하지 않는 사람을 통칭하는 말. [본문으로]
  3. 무성애자(Asexual)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본문으로]
  4. 이런 목격담의 한 예로, 2014년 인권포럼 자료집의 6-12쪽에 실린 <레즈비언 K의 불안>을 참고하라 [본문으로]
  5. 위에 언급된 <레즈비언 K의 불안>, 또는 2004년 11월 7일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실린 기사 <레즈비언과 바이섹슈얼의 거리감>등을 참고하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