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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1호] 커밍아웃

[특집] 시리즈물인데 비정기적인 좌담회 1호: [바이 더 웨이] 상영회 파티 편-2-

- 팸

이브리 : 다음으로, 다들 팸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강랑 : 되게 귀여웠죠.





강랑 : 불쌍하기로 따지자면 팸도 되게 짠하죠. 아빠한테 그렇게 내쫓기고.

이브리 : 팸의 아버지와 비교해보면, 데이빗의 부모는 화면 상에 나오는 모습으로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었네요. 팸의 아빠는 팸의 정체성을 알자마자 당장 나가라고 했잖아요.

강랑 : 팸이 가장 극적인 등장인물 같아요. 처음엔 잘 지내는 모습이 나오다가 다큐멘터리 끝날 때쯤엔 갑자기 아빠한테 의절 당하게 되니까요.

이브리 : 집에서 쫓겨나고.

강랑 : 그런데도 팸은 아빠를 계속 사랑한다고 얘기 했잖아요. 나는 아빠랑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기만 한다면 그렇게 할 거라고.



- 타쉬

주누 : 등장인물 중에 뉴욕에서 살고 있는 타쉬가 있었는데, 자막 작업 중에는 그 사람이 정말 싫었어요. 별다른 이유가 아니라, 뉴요커 특유의 뭉개지는 발음 때문에 정말로 뭐라 말하는지 못 알아 듣겠던 점에서 제게 미움을 받았죠.

강랑 : 그런데 타쉬라는 그 인물 자체가 말하는 내용도 뭔가 미묘했죠. 그 사람이 취하는 스탠스도요. 제가 타쉬의 입장을 좋다 나쁘다 평가할 순 없지만, 뭐랄까… 스스로의 정체성을 좀 싫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주누 : 저도 처음에 제가 맡은 두 번째 부분만 번역할 때는 일부만 보고 앞뒤 내용을 몰라서 타쉬가 어떤 캐릭터의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브리가 번역을 맡았던 첫 번째 토막을 나중에 보니까 타쉬가 트랜스젠더 혐오적 반응을 보이는 걸 확인했었고 좀 당황했죠.

강랑 : 타쉬가 트랜스젠더에 대해 뭐라 말했었죠?

이브리 : ‘트랜스젠더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말을 했어요.

주누 : 마이스페이스를 통해 헌팅 작업 걸어 온 사람 중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이 있었는데 그 사람 사진을 가리키며 말하는 장면에서요.

이브리 : ‘왜 굳이 몸을 바꾸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성별을 왜 바꾸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주누 : 더불어서, 방금 강랑이 말한 것처럼 다큐의 후반부 가서는 타쉬가 자기 정체성을 꺼려하는 태도를 계속 보이기도 하죠.

강랑 : 당시에 타쉬가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가 여장을 했을 때, “그래, 제발 이대로만 있어 줘. 네가 여자이기만 하면 너랑 결혼할 텐데”라는 식으로도 얘기하지 않나요?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타쉬 스스로가 ‘사랑은 남녀 간에만 일어나는 일이다’라는 관념을 넘어서지 못한 것 같은 반응이라고 저는 봤거든요.

이브리 : 실은 저는 타쉬도 좋았어요. 자기 남자친구가 여장했을 때 좋아하는 건, 글쎄요…. ‘남성’으로 인식되기 쉬운 몸인 사람이 이른바 ‘여성 복장’을 한 모습을 볼 때 자신이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냥 이성애자가 됐으면 좋겠다. 내가 이성애자가 될 수 있게 애인이 완전 여자로 변했으면 좋겠다.’ 이런 소망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고요. 이런 두 가지 층위가 섞여 있을 가능성도 있을 거고, 어떤 해석이 맞는지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겠죠.

  타쉬는 분명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했죠. 그럼에도, 혼란과 번민, 자기혐오까지 솔직하게 열어서 보여주는 지점은 좋았어요. 그런 부분까지 말하는 타쉬의 행동이 매우 용기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자기가 나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방어적이 되어서 자기 이야기를 못 하는 경우도 많잖아요.

주누 : 그런 류의 인터뷰 자리에서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을 하는 데에 얽매이곤 하는 듯 해요.

이브리 : 그렇죠. 정말 그래서 빙빙 돌리는 얘기만 하기도 하는데 타쉬는 그렇지 않았죠. 쉽지 않은 일이고, 게다가 저는 자신에 대해 그렇게 번민하고 고민하는 인물이 한 명 있는 게 다큐멘터리 전반의 균형을 잡아준다고 생각했어요. 팸과 데이빗은 바이섹슈얼리티를 상대적으로 잘 받아들이고 어느 정도 편안한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모든 바이섹슈얼이 그런 건 아니잖아요. 고민하거나 방황하는것도 바이섹슈얼의 모습 중 하나고, 어떻게 보면 우리가 웹진에 담은 글에도 그런 면이 있어요. 그 지점에서 타쉬 같은 인물이 있는 게 좋았어요. 그러고 보니 타쉬는 종교 관련해서도 갈등이 좀 있었죠.

주누 : 종교를 갖고 있으면서도 성소수자인 사람들이 종교와 관련된 자기 일상 생활 이야기를 할 때와 되게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강랑 :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인가요?

주누 : 뭐랄까… 죄책감이라 표현하면 너무 센 것 같고. 망설임 같은 게 있는 듯…?

이브리 : 타쉬가 처음에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을 하면서 등장해서 비호감이었고, 저는 ‘이 사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뒤로 가서는 한편 가슴이 아프기도 했어요. 타쉬의 남자친구는 타쉬한테 “너 섹스할 때 여자 상상하지? 날 여자라고 상상하며 섹스하냐?”라고 물어보는데, 자신은 ‘이런 짓[동성 간 성관계] 하면 죽어서 지옥 갈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하잖아요. 그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 타린과 레이지

주누 : 에어로빅 하며 등장하는 커플이 있었죠.

강랑 : 타린과 레이지.

주누 : 네. 후반부에 가면 타린과 레이지가 다른 3자와 함께 열린 관계를 갖을지 말지에 있어서 갈등하는 상태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나지요.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 이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등장인물이라 기억되네요.

이브리 : 저도 그래요. 모순된 감정이 나타나는 부분이 기억에 남아요. 레이지와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인생에 타인을 받아들이는 데 그렇게 놀라고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다큐 후반부에서는, 가끔 셋이서 성관계를 즐기던 어떤 여자에게서 레이지와 동거하는 집에 아예 셋이 살자는 제안을 받은 이야길 하죠? 거기서는 아무리 그래도 정도가 있지 이건 정말 심한 거 아니냐고 하죠.

주누 : 그 장면에서 타린이 다른 사람이 관계망에 들어오는 것에도 정도가 있고 선이 있는 거다라고 말하는데, 그 발언의 전후 약 10여 분 정도에 걸쳐 모노가미 이슈를 다루는 내용이 다큐에서는 쭉 나오지요. 그 지점도 참 흥미로웠어요.

강랑 : 타린이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고. 레이지는 별로 말이 없죠?

이브리 : 네. 처음 등장할 때 어떻게 만나게 되었다고 인터뷰한 게 레이지가 발언하는 내용의 전부였죠.





강랑 : 중간에 빨간 악마로 분장만 하고. [일동 웃음]

이브리 : 빨간 피카츄~! [웃음] 레이지는 여자친구 사귈 때 상대가 바이섹슈얼이어야 한다는 게 우선 조건이라서, 타린도 직장 상사가 ‘아는 바이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고 해서 만났다고 하죠. 그런데 레이지는 사실 애인이 바이섹슈얼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쓰리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스윙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았어요. 그리고 또 둘이 같이 파티에 가서 헌팅을 하잖아요. 예쁜 여자를 보고선 서로 “니가 말 걸어 봐, 아니 니가 말 걸어 봐” 그랬다고 하고. 그런 부분은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라서 열심히 보게 되더라고요. 저라면 그런 식으로 ‘바이섹슈얼이라서’ 소개팅이 들어온다면 너무 싫어하면서 거절했을 텐데. 세상에는 만남이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구나, 내가 무지한 부분이 많구나, 하고 생각했죠.

주누 : 둘이 클럽 가는 장면을 보면 레이지는 그냥 앉아 있어요. 수동적으로 기다리면서. 다큐 후반 부분에서 자신들의 관계에 훅 들어오려 해서 껄끄럽다고 타린이 비난하던 그 여자도 타린의 직장 동료죠. 전체적으로 주도권을 타린이 잡고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요.

이브리 : 그런가요? 오히려 반대로 레이지가 잡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강랑 : 네. 꿈 속에서 레이지가 바람을 피워서 헤어지게 되자, 깨고 나서도 한참 동안 너무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이브리 : 그런 불안감도 있는 거고.

주누 : 그렇겠다.


- 이런저런 전문가들

주누 :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또 흥미로웠던 사람은 캘리포니아의 공원에서 나무에 콘돔 걸어 놓고 사람들을 관찰하던 연구자였어요.

일동 : 아아~

이브리 : 그 성 연구자?

주누 : 네. 감독들의 자막에서는 Sex Researcher라는 직업으로 소개되었던 사람이요.

이브리 : 콘돔 나무 재배자! [웃음]

주누 : 조지는 나무에다 콘돔을 걸어 놓고선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하는지 숨어서 관찰하고 있고, 관찰해보니 즉석 만남을 찾는 남자들이 주차장에 내려서 바로 상대를 물색하고 만나서 숲 속에서 일을 치르는 전 과정이 얼마나 빨리 치뤄지는지 몇 분 밖에 안 걸리더라고 말하고 있지요.

바이섹슈얼이라는 다큐의 컨셉에 맞춰서 성 연구가로서 조지라는 사람이 등장한 건데, 이 사람이 등장한 이유는 공원에 나와서 다른 남자를 찾는 기혼 남성들, 이성과 결혼한 기혼 남성들이 남성을 찾아 나서는 모습을 연구했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이 다큐의 감독들이 이해하는 방식을 따르자면 어쨌든 남자와 즉석 만남을 찾는 기혼 남성을 바이의 테두리에 넣었단 말이에요. 공원을 찾아온 남자들이 전부다 바이섹슈얼이냐 아니냐는 알 수 없는 건데도 말이죠. 전 그 점이 어떤 얘깃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편으로 저는 그런 걸 연구하는 사람이 신기하달까. 외국에서는 그런 연구들이 꽤나 많이 시행되는 거 같은데, 실제로 그런 연구를 행하는 과정을 찍은 걸 보고 있으니까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브리 : 바이섹슈얼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는 견해를 피력하는 사람들이 나온 후에 그 부분이 등장하죠, 아마? 그 연구가 언급된 이유는, 이렇게나 바이섹슈얼한 실천이 현실에 많은데, 만약 정말로 바이섹슈얼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사람이) 그렇게 없거나 드물다면 그건 무엇 때문일까, 라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해요. 거기 나왔던 연구 대상들이 ‘진짜' 바이섹슈얼이냐 아니냐는 지점은 저에겐 크게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았어요. 그 연구가 재밌었고요.

강랑 : 저는 콘돔 준비해 두는 데 돈이 많이 들겠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는데…

주누 : 연구 보고서에 콘돔 값으로 지출내역이 나오는 거겠죠. [웃음] 어쨌든 다큐 전반에 걸쳐서 바이섹슈얼인 사람들의 서사가 이렇게 쭉 나오고, 인터뷰와 일상의 장면만 나오다가 중간에 훅 들어오듯이 학자들이 여럿 등장하잖아요.

강랑 : 네. 좀 많이 등장하죠?

주누 : 전 조지가 다른 학자들하고 약간 대비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등장하는 학자들과 달리 조지가 제 눈에 확 띄었던 건 현장에서 뛰고 있는 학자가 서로 대비가 된다는 점일 거예요. 왠지 그렇게 등장하는 다른 학자들이 뭔가 마침표를 찍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여겨졌어요. 앞에 나왔던 이런 저런 상황은 “사실은 이런 거야”라고 설명해주는 느낌이라서, 그런 건 저는 별로였거든요.

강랑 :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항상 실제 성소수자 인물들이 ‘현실 사례’로 소개되고 중간 중간에는 학자의 코멘트가 삽입되는데, 이런 문법을 벗어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하다못해 교양 프로그램 시사 다큐라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항상 중간에는 학자들이 등장하고, 이 학자나 전문가들은 추정컨데 이성애자이고. 왜 굳이 이런 식으로 그들에게 권위를 부여를 하면서 소수자의 개별적인 삶의 모습은 마치 무슨 임상 실험같은 사례로 그려지는가. 꼭 이렇게 주류 학문에 의존을 하면서 전문가를 찾아야 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좀 들었죠. 학자가 한 명도 안 나오는 다큐가 있을까요?

이브리 : 예를 들어서, <인생극장> 같은 느낌의…?

주누 : 물론 이성애자가 아닌 몇몇 유명한 사람들도 등장하긴 하지만, 그게 그 사람의 중요한 캐릭터가 아니고, 확실히 이 다큐에서 등장할 때는 그냥 전문가로서만 등장해버리는 거잖아요.

강랑 : 그 전문가들을 굳이 한 명 한 명 찾아갔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 같아요. 두 명의 여성 감독들이 처음에 이 다큐를 기획할 때, “자, 우린 전국 일주를 하면서 미국을 돌 거야. 그러면서 곳곳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거야”하고 기획했는데, 결국 보면 바이섹슈얼만 만나는 로드 트립만 한 게 아니라 따로 전문가들을 찾아간 거잖아요. 굳이 찾아갔던 거죠.

주누 : 전문가들이 좀 미국 전역에 퍼져 있었나…? [웃음]

이브리 : 전 누군가의 삶을 보여주면서 전문가가 함께 나오는 게 반드시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불만이었던 건 심리학자, 신학자, 킨제이 연구소 연구원, 생물학자, 게이 연구자 등이 전문가로 등장했는데 리사 다이아몬드를 제외하면 (어쩌면 문화평론가인 마이크 스지만스키도 전문가로 볼 수 있겠지만) 제가 아는 한에서는 바이섹슈얼리티를 전문으로 연구한다고 볼 만한 연구자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미국에 바이섹슈얼 연구를 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은데 왜 카메라는 바이섹슈얼리티를 주된 연구 분야로 삼는 사람들을 외면했을까요.

주누 :바이섹슈얼을 중심으로 연구를 하는 전문가가 나왔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을 테지요. 그리고 그와 같은 선상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안에서 바이섹슈얼을 이슈로 삼아 활동을 하고 있는 단체나 커뮤니티가 되게 많은데 그들에 대한 언급이나 그들에게 코멘트를 받아 오는 장면도 없었다는 게 아쉬워요.

이브리 : 로빈 오크스가 한 번 나왔죠.

주누 : 네. 오크스처럼 바이섹슈얼 관련 저술 활동도 하고 있으면서 관련 활동도 오랫동안 하고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코멘트를 했으면 되게 다른 느낌이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브리 : 로빈 오크스는 정말 한 마디 끝나고 바람처럼 지나가 버리죠. 그러고 보니까 그 다큐만 보면 마치 미국에서 바이섹슈얼 관련해서는 정치적이나 학문적인 활동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런 연출은 동의하기 힘들지만, 만일 어떤 집단화되지 않은 정체성을 담는 게 의도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이해는 가요.

주누 : 지역마다 유명한 바이 커뮤니티는 꽤 많은데.

강랑 : 그러니까요.

이브리 : 꼭 유명한 데가 아니더라도, 지역에서 작게 바이섹슈얼 모임을 운영하는 그런 사람이나 자리를 찾아갈 수도 있는 문제였죠.

강랑 : 어쩌면 감독들이 그들의 존재를 몰랐던 것 같기도 해요. 감독들 나오는 장면을 보면 맥도날드 드라이브 인에 들렀다가 “여기 모르몬교 바이섹슈얼 살아요?” 하고 물어보는 장면도 있잖아요. 물어물어 찾아가는 식이죠. 마포구 일대를 집집마다 돌면서 바이섹슈얼 있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은 거랄까… 사전에 섭외하지 않은 것인지, 아님 아니면 일부러 배제한건지 궁금해지네요.

이브리 : 말씀하는 바대로 몰랐을 수도 있고요, 일부러 배제했을 가능성도 있겠네요. 바이섹슈얼 커뮤니티에 참여해서 노는 등장인물은 한 명도 없고.

주누 : 그러한 모임을 찾아갔다면, 집단으로 우르르 몰려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까 봐 우려했던 걸까요?

잇을 : 어떤 분위기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가? 전 사실 그때 봤을 때 전문가랍시고 드문드문 나와서 하는 얘기가 사실과 하나도 맞지 않아서, 그들 얘기에 집중되게끔 구성되어 있거나 경청하게 만든다기보다 앞뒤 장면과 맞지 않는 얘기를 해서 굉장히 헛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연출이라고 느꼈어요. 헛소리 같잖아요? 그리고 연출자들이 사방을 다니면서 “바이 여기 있어요?” 하고 찾는 장면 같은 것도 정말로 저런 식으로 무작정 두드리면서 찾고 그랬을까? 안 그랬을 거 같고요. 다큐멘터리야말로 무궁무진한 연출이 가능하니까요. 전문가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 때 웃기지 않았어요?

지금도 모르겠는 건, 이 다큐멘터리 자체가 되게 어중간한 것 같아요. 애매한 위치를 취하고 있고. 나쁘게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라, 한편으로 보면 그렇게 밖에 될 수 없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론 연출자들이 딱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만든 것도 같고요. 그래서 인터뷰에 대해서도 너무 웃겨 보이게만 만들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들의 말에 큰 권위를 갖도록 한 것만도 아니고요. 어중간하게.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전문가들이 이렇게 이야기하잖아. 근데 그게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같아” 하고 툭 던지는 느낌이에요.

이브리 : 말씀을 듣다 보니까 생각난 건데, 어떤 전문가 인터뷰는 바로 다음에 바로 반대 사례가 등장하기도 하죠.

강랑 : 어떤 거였죠?

이브리 : 예를 들어서 섹스 칼럼니스트 댄 세비지가 남성 바이섹슈얼은 없다고 얘기한 바로 다음에 갑자기 자기가 바이라고 밝히고 있는 문화평론가(마이크 스지만스키)가 나와서는 ‘그럼 나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까?’ 라고 말하거나요. 그런데, 되게 다들 안 좋게 보셨군요. [웃음] 저는 그냥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강랑 :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 제작자가 주 타겟 층을 누구로 상정했다고 생각하세요?저는 바이섹슈얼을 잘 모르는 일반 이성애자 시청자를 겨냥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전문가를 굳이 찾아가서 해설을 붙였던 거고. “잘 모르시죠? 궁금하시죠? 이런 거랍니다~” 하는 느낌으로.

이브리 : 아니면, 고립된 클로짓 바이섹슈얼 혹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도 타겟에 포함될까요?


*미디어와 바이섹슈얼리티, 상영회 당일 현장, 앞날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3편으로 이어집니다!


*이야기-바이모임

*녹취록 작성-강랑

*편집/정리-주누 

*글-바이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