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진: [1호] 커밍아웃

[특집] 시리즈물인데 비정기적인 좌담회 1호: [바이 더 웨이] 상영회 파티 편-3-

이런 저런 영화 하마평?!

: 미디어의 영향부터 바이섹슈얼의 재현 문제까지


주누 : 한편으로는 영화 전반적으로 바이섹슈얼 정체성이 널리 퍼진 현상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을 강조하고 있죠.

강랑 : 네. 시작 부분부터 마돈나와 브리트니 스피어스 키스하는 장면도 나오고요.

주누 : 여러 가지 미디어들이 소개되고요. 그들의 공연이 바이섹슈얼의 확산에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처음에 깔리잖아요. 그 이후에 생겨난 바이섹슈얼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에 초점을 맞췄던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에 별의별 정체성 용어가 나오잖아요. 옴니섹슈얼(omnisexual), 헤테로플렉서블(heteroflexible) 등등 온갖 용어들을 막 외치는 장면들이 나오기도 하지요.

강랑 : 그러고 보니 주누는 자막 싱크 작업을 하면서 더 여러 번 보았잖아요. 자꾸 자꾸 보면서 ‘좋은 점이 더 많은 영화다. 처음에는 허술하게 보이는 것도 결국에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장면인지 이해가 된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요?

주누 : 제가 그랬어요? [웃음]

잇을 : 네. 보다 보니 좋은 영화라고 하셨어요.

주누 : 처음에는 되게 투박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었는데. 나중에는 연출인지 어떤 건진 잘 모르겠지만 감독들이 처음에는 바이섹슈얼에 대해 어떤 지점, 어떤 정의를 갖고 접근하긴 했지만, 그런 게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영화 전반에 배어 있는 느낌이잖아요. 하다 보니 나도 잘 모르겠어라는 느낌 같은 거. 그런 게 눈에 띄었어요.

이브리 : 그런 게 어땠나요?

주누 : 단지 그게 좋다 나쁘다보다도, 처음 한 번 봤을 때는 ‘에이, 왜 저걸 그렇게 생각해?’라고 여겼을 텐데 몇 번 보고 나니까 만약 내가 감독이었으면 저렇게 찍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죠.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아주 잘 나온 것 같다라고까지 말하긴 그렇지만요.

이브리 : 저는 사실 영화 자체를 보는 눈이 없어서. 영화 자체를 어떻다고 하기 힘드네요.

주누 : 저라고 있겠어요? [웃음]

이브리 : 어쨌든 다큐의 주제 의식 자체는 좋다고 생각했어요.

강랑 : 이 다큐의 주제 의식이 뭐였을까요?

이브리 : 그냥 바이섹슈얼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요. 바이섹슈얼에 대한 사람들의, 전문가든 문외한이든 다른 사람들의 평가나 이미지와 때론 일치하기도 하지만 자주 전혀 다르기도 한 삶의 모습을.

주누 : 아, 그러고 보니 글자수가 너무 많은 데 비해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평가를 나중에 들었어요.

이브리 : 영상 자막은 내용을 잘 압축해야 하는 건데,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까요.

주누 : 사실 영상을 보기엔 자막 읽기에 바빴겠어요. 등장인물들이 극 영화에 비해서 말이 너무 많아!

이브리 : 게다가 말도 빨리 하잖아요. 카메라랑 1:1 인터뷰 형식이다 보니 끊기는 부분도 거의 없이 ‘이랬는데요, 저랬는데요, 그랬는데요’라고 계속 말하고 있고.

주누 : 다른 영화 같으면 클럽에서 춤추고 놀다가 섹스 신으로 넘어가는 장면처럼 대사가 없는 장면이 꽤 있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안 끊기고 말만 해요. [일동 웃음]

이브리 : 맞아. 눈빛 연기라든지 그런 것도 없어.

강랑 : 교양 다큐라니까요, 전형적인 교양 다큐.

잇을 : 내용을 말로 다 만들었죠.

주누 : 그래서 아까도 얘기 나왔지만, 뭔가 가르치려는 느낌이 이런 데서도 풍겼을 수도 있고요.

잇을 : 대체로 등장인물들이 자기를 많이 드러내잖아요. 이런 걸 보면, 다큐멘터리에서 그걸 언급하거나 티 내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서 찍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강랑 : 감독들은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찍었겠네요?

이브리 : 그렇죠. 저는 사실 언제부터 얼마나 찍었는지도 좀 궁금하더라고요.

강랑 : 여름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나오고 나중에는 겨울옷 입은 사람들도 있지 않았어요? 길거리에서 뉴욕 시민이 주차하는 장면에서 질문할 때는 겨울이었던 것 같아요.

주누 : 마지막에 조쉬의 가족이 나오는 영화 시사회 할 때도 좀 추운 장면이었고요.

잇을 : 그러면 제작자들은 정말로 미국을 몇 바퀴 돌았나 봐요.



원래는 상영회가 아니라 파티였어~! 상영회 현장


잇을 : 그럼 상영회에 대한 이야기로 갈까요?

주누 : 네. 상영회, 영화 마치고 했던 토론 때도 지금처럼 우리가 말을 많이 했죠. 몇몇 분들은 하고 싶은 말이 많으셨던 것 같은데, 막상 그날 상영 후 토론 현장에선 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는 아니었죠.

이브리 : 주로 말씀하시는 두 세 분들 이외에는 좀 조용한 편이었죠? 불편하게 바닥에 앉아 계시다 보니 그랬을까요?



2013년 12월 22일 바이모임 [바이 더 웨이] 상영회 파티 현장의 모습


잇을 : 상영 직후에 조금씩이라도 함께 이야기하기에는 괜찮은 영화였을 것 같아요. 인물도 여럿 나오고요. 그런데 서로가 말을 길게 이어가기에는 어려운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두루두루 담아내긴 하지만, 인물 한 명에 대해 깊게 파고 들어가거나 하나의 서사가 쭉 이어지는 건 아니었으니까요.

주누 : 그렇죠. 이게 어떤 주인공 격인 사람 한 명이 있고 그 사람의 서사에 따라서 감정이입에 되면서, ‘아, 나라면 저랬을 텐데’ 싶은 내용이 나오지 않고 여러 사례들과 여러 지식들이 마구 등장을 하니까요. 그리고 감독들도 그에 맞춰서 이야기를 해 나가야 하고. 그렇지만 우리도 영화를 본 후 토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준비를 제대로 안 한 상태였었죠.

강랑 : 그냥 와서 보여주면 이야기를 할 것이다라고 기대했었죠, 뭐.

주누 : 다른 행사들도 그렇지만, 이렇게 내용물을 떡 하니 보여준 다음 관객들에게 “자, 이제 얘기를 해봐.”라고 하면 얘기가 잘 안 나오긴 해요. 그렇게 해도 잘 되면 참 좋긴 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죠.

강랑 : 네. 어떤 행사를 가나 그런 경향이 있죠.

이브리 : 다음에 또 이런 행사를 한다면, 참가자들끼리 친해지는 자리를 만들자는 욕심을 버리고 그냥 상영만 할까요?

주누 : 어설픈 친해짐은 어렵나요…

이브리 : 저는 사실 어색해서… [웃음]

강랑 : 그래요. 사실 우리들도 살갑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저는 좀 사람들이 술을 먹었어야 했다고 생각해요. 술이 좀 들어가야 이야기를 막 하지 않았을지… [웃음]

잇을 : 그러게요. 그래도 명색이 파티였는데…

강랑 : 그냥 상영회가 돼 버렸죠.

잇을 : 그러고 보니 행사의 공식적인 이름은 끝까지 상영회가 아니었잖아요. 공식적으로는 파티였죠. 그런데 어느새 자연스럽게 상영회라고 부르게 되었네요.

주누 : 파티 컨셉에서 영상을 중심으로 하자고 바뀌면서, 찾아온 사람들이 영상을 이야깃거리로 삼게 해보자는 계획이었고, 그래서 상영회라고 부르게 돼버린 것 같네요.

이브리 : 다음번에는 입장료 없고 준비할 음식도 없이, 그냥 개인별 주류 구매가 가능한 장소에서 할까요?

주누: 벌써 다음 상영회를 생각하시는 거죠?

이브리 : 음~ 뭐 싫으시면 말고요. [웃음]



상영회 현장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하나 둘 가져온 재료로 맛난 샌드위치를 먹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잇을 : 그래도… 오셨던 분 중에 한 분이 보기 힘든 영화를 잘 봤다고 인사를 하셨어요.

이브리 : 그 자리에 오신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궁금했는데 여쭤보지 못했네요. 어떤 생각으로, 왜 오셨을까 궁금했어요.

강랑 : 사전에 신청하셨던 분들 중에 오고 싶어하셨던 분들이 있었어요. 막상 당일엔 사정이 있으셨다던지 해서 오지 못 하셨지만요. 뭐랄까… 바이섹슈얼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하는 자리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는 것 같아요.

주누 : 그러니까요. 다큐를 본다는 것과 별도로, 어쨌든 오셨던 분들과 오시고 싶었던 분들도 그러셨겠지만, 바이로서의 자기 얘기를 쏟고 싶은 욕구가 언제나 있는 것 같고요. 한국에는 그런 자리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아마도 그런 점이 이번 상영회를 찾아온 사람들의 욕구 중 하나였지 않을까 싶네요.

우연히 그날 바이섹슈얼은 성적으로 문란하다, 아니다? 그게 뭐 어때서? 이런 관점과 연관된 이야기가 공공연히 있잖아요. 솔직히 저는 다큐에 대해서도 그런 이슈를 분명히 꺼내 얘기 나눌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가 안 나오고 너무 조용했어요.

강랑 : 오히려 의식하고 말 안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주누 : 전 그런 이야기가 활발히 나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거든요. 바이 당사자들이 모여서 얘기를 할 때에도 바이섹슈얼은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이미지에 대하여 말 꺼내기를 꽤나 조심스러워한다는 느낌이었고.

이브리 : 성적 문란함에 대한 주제를요?

강랑 : ‘바이는 아무하고나 자니까 문란하다. 두 배로 문란하다’ 이런 류인가요?

이브리 : 그런데, 두 배로 문란하다는 건 어떤 걸까요? [웃음] 아니 그러면 예를 들어서 남자 여섯 명이랑 잔 것보다 남자 셋 여자 셋이랑 잔 게 더 문란하다는 건가요?

강랑 :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있죠.

이브리 : 되게 신기한 계산법이네요. [웃음]

강랑 : 폴리아모리아와 바이섹슈얼을 명백하게 선 긋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죠.

이브리 : 바이섹슈얼 자신들도 동성애자 중심적인 커뮤니티에서 바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말이 도는지 잘 알잖아요. 커뮤니티에서 계속 ‘바이섹슈얼은 결국 이성과 결혼할 거다, 동성 파트너에게 충실하지 않다’라고 이야기한다는 걸요. 그래서 비 모노가미와 더 선을 그으려는 일부도 있는 것 같아요.

주누 : 일단 [바이 더 웨이]에서도 그렇고 예전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는데 바이섹슈얼, 폴리아모리, 바람피우기라는 서로 다른 세 가지가 뒤섞여버린 채로 이야기가 지나가는 느낌이라서요.

이브리 : 전, 그 세 가지를 칼같이 구분하는 게 가능하거나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Bi The Way, By The Way, Bye The Way~


이브리 : 얘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잇을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강랑 : 모든 DVD에는 자막 포함을 의무화 하여라~!

주누 : 다음에는 극 영화를 찾아서 상영해 봅시다!

강랑 : 넵넵~ 그러면 끝내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박수]


*시리즈물인데 비정기적인 좌담회 1호: [바이 더 웨이] 상영회 파티 편


*이야기-바이모임

*녹취록 작성-강랑

*편집/정리-주누 

*글-바이모임


다음 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