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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딱히 당신을 대단히 믿어서 커밍아웃한 건 아닙니다? *기고: 집삵종종 접하게 되는 착각 중 하나는, 커밍아웃을 받은 것이 상대방이 자신을 대단히 신뢰한다는 증거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1:1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커밍아웃이 비밀 공유(비밀을 서로 공유한 사람들끼리는 좀 더 친밀한 관계가 되는 분위기 같은 것이 있으니.)의 속성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아웃팅을 시키거나 강한 혐오를 표현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그렇게만 안 해도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기 때문이려나. 극심한 혐오보다는 확실히 나은 반응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이기만 하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대답하겠다. 적당히 만족할 줄을 모른다고 비난받더라도 딱히 입장을 바꿀 생각은 없다. 내 정체성을 애초에 드러낸 채 활동한 공간에서 만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나는 대체로 사적인 관계에서 일정 이상 신용.. 더보기
[특집] 상상의 동물 바이섹슈얼 생태보고서 독자 여러분은 네스호의 괴물 네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소문과 소동을 기억하고 계실 것이다. 비슷하게, 요즘 커뮤니티 안팎에서 출몰한다는 ‘바이섹슈얼'은 대체로 관심의 영역 밖에 있는데도 어쩐지 종종 이들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때로는 이들이 심지어 실존하지도 않는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바이섹슈얼을 목격했다는 제보는 끊이지 않는다. 바이, 이들은 상상의 동물인가? 현실에 존재하는 종인가? 본 웹진 은 이들을 향한 호기심과 제보를 모아 특집을 구성해 보았다. 또 하나의 상상의 동물, 바이섹슈얼?! 종 분류관찰이 어려운 까닭에, 바이섹슈얼은 제대로 분류하기 몹시 모호하다. 지금까지는 호모섹슈얼 종(게이와 레즈비언으로 분류된다)의 아종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된 한편, 어쨌든 .. 더보기
[기획] 어떤 바이-폴리의 커밍아웃 공시적이자 통시적인 바이-폴리의 커밍아웃 바이섹슈얼로서의 커밍아웃은 과거의 경험을 증빙자료로 가져오는 자기서사식 고백을 동반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지금껏 누구 누구를 만나왔고, 상대의 성별은 각각 어떠하였으며, 이전 연애사에서 나의 역할이나 특정 성별에 대한 욕망이 어떠했는지를 버무리는(?!) 말로서 바이섹슈얼을 가져오기도 한다. 과거 연애사를 '바이 정체성'이란 용어로 다시 의미화하면서 그 정체성에 타당한 근거로 쓰기도 한다. 설혹 그 사람의 개인사에서 바이다움(? 그런 게 있다고 치면)의 근거로 삼을 만한 경험조차 없다면 혹시라도 쏟아질 의심을 어찌 방어를 할지부터 바들바들 근심걱정하게 된다. "너 전엔 남자만 만났었잖아?" "너 예전에는 여자한테 끌린 적 없다고 하지 않았어?" .. 더보기
[기획] 바이섹슈얼을 위한 나쁜 가짜 커밍아웃 가이드-2- *일러두기-사회 전반적 분위기가 아직은 퀴어 혐오 쪽에 가까운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레즈비언/게이이든 바이섹슈얼이든 트랜스젠더이든 다른 무엇으로 커밍아웃한다고 해도, 또 그걸 듣는 상대가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상관없이, 별다른 설명이나 변명도 필요 없이 그저 존재를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는 사람 혹은 관계는 분명 있습니다. 그러니 행여나 이 글 때문에 커밍아웃이 엄청나게 대단하고 어려운 일이라거나, 엄청나게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거나, 이렇게 어려우니 커밍아웃은 안 하겠다는 마음이 들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물론 괜한 걱정입니다만...;;) 이 글은 저와 저의 친구, 지인들이 겪고 보고 들은 경험을 토대로 빈정거리며(!) 썼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공감되거나 잘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는 결코.. 더보기
[기획] 바이섹슈얼을 위한 나쁜 가짜 커밍아웃 가이드-1- *일러두기- 이 글은 나쁘고 가짜인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커밍아웃은 원래 쉽다. 물론 모든 일반론이 그렇듯 이 문장은 엄밀히 말하면 틀렸다. 성 정체성, 연령, 계급, 인종, 장애 여부, 지위, 관계 등 사람이 발 딛고 선 다양한 위치는 같은 이름으로 묶이는 경험이라 해도 완전히 다르게 겪도록 한다. 그러나 대체로 말하자면 내 생각엔, 커밍아웃은 최소한 불이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며 비교적 동등하고 안전한 관계인 사람에게조차 말해볼 엄두도 못 낸 채 완전히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사람이 상상하는 것보다는 쉽거나 아무렇지 않다. 커밍아웃은 원래 어렵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사람의 기본값을 이성애자-비(非)트랜스젠더로 놓는다. 그래서 멋대로 퀴어한 사람과 실천을 은폐한다. 문화가 수많은 사람과 경험 중 일부만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