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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4호] 가족?!?

[인터뷰] 바이섹슈얼 활동가 캔디와의 대화 -1-

* 2016년 8월 더운 날, 주누는 오랜 친구이자 10년 넘게 바이섹슈얼로 커밍아웃하여 성소수자 활동을 하고 있는 캔디를 만나보았다.

캔디는 바이모임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초창기의 멤버이기도 하고, 웹진 바이모임의 제2호에는 좌담회의 패널로서, 제3호에서는 해외에서 개최된 퀴어 퍼레이드에서 만난 현지의 바이섹슈얼 활동 단체들에 탐방 소식을 생생히 들려준 글을 기고하기도 하는 등... 독자분들께도 익숙한 사람일 거 같다.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때에 오픈리 바이섹슈얼 활동가로서 겪었던 경험을 듣고 싶고, 바이섹슈얼 가시화는 어떠해야 할지 의견을 듣고 싶고, 그러면 과연 바이섹슈얼 활동 단체는 어떤 모습이라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서, 주누는 시원한 음료를 미끼 삼아 캔디를 인터뷰를 해보았다.



◆ 연애하는 자연인 캔디

주누: 먼저 본인 소개부터 해주십시오.

캔디: 저는 캔디입니다. 제 직업은 활동가입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살고 있습니다.

주누: 인터뷰를 통해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나요?

캔디: 난 '오늘 연애 얘기나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어요.

주누: 활동가로서 연애한 얘기 하면 되지요. [웃음] 그것도 중요하잖아요.

캔디: 싫어요. 자연인 캔디로서! [웃음] 전 지금까지의 연애를 돌아보면 건강하지 못한 연애를 많이 한 거 같아서요.

주누: 음, 어떤 점에서요?

캔디: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 거 같아요. [웃음]  그냥 내 자존감을 지키지 못한 거죠.

주누:  그니까 여성주의적인 연애를 못했다 그런 거?

캔디: 네. 그런 거 같아요.

주누: 근데, 현실에서 그걸 완전히 실천하는 사람이 과연 있나요? 보통 여성주의적 연애에 대해 얘기할 때엔 흔히들 젠더 권력관계 얘기를 하잖아요. 바이섹슈얼로서는 어떤가요? 페미니즘 내에서 상정하는 남녀 간 권력관계만을 상상하는 건 아닐 수도 있는 거잖아요. 혹은 남녀로 만났던 관계였다 하더라도 달랐을 수도 있는 거고요.

캔디: 그 고민 했어요, 난 정말 왜 이러고 사나 하고요. 전혀 동등한 관계가 아니었다라고 내가 지금 판단을 한다라거나 아니면 내가 너무 폭력적으로 굴었다거나 잘못된 연애가 아니었냐 생각해보게 되는 거죠. 내가 폭력적으로 군 것들도 있었을 거고, 상대방이 나에게 폭력적으로 구는 것에 대해서도요. 어떤 폭력이든 거기에 대해서 의견을 전혀 내지 못하는 것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근데 연애로 들어가는 순간 사실 정치와 운동의 부분과는 또 다르게 작동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니까 저도 오랫동안 생각해온 건데, 이전 연애 관계에 있었을 때 "너는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해서 나는 나쁜 놈이 되었는데, 나는(퍼트너는) 사실 너에 대해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는 불평을 상대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어요. 싸웠을 때 종종 상대에게서 그런 불평들을 들었던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면 내가 연애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식이 사람들한테 끊임없이 나의 연애 얘기를 토로하는 것이었던 거죠. 근데 그러다보면 웬만하면 내 입장대로 내 주관대로 얘기를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내 입장만 피해자화 되는 대부분 많았을 거고, 그 대화나 상황에서의 ‘맥락’이 사라지는 거죠 .

주누: 보통 연애할 때의 파트너  뒷담화, 혹은 수다떨기를 그런 식으로 하는 거기도 하잖아요.

캔디: 그게 옳은 방식인가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게 되는 거죠. 예를 들어 이 사람은 그냥 OK인 상황인데도 내가 오버해서 "쟨 열나 나쁜 년/나쁜 놈이야" 이렇게 만드는 상황도 없잖아 있었겠고요. 근데 내 친구들한테 내 편 들어달라고 얘기하는 건데 무슨 상관인가 싶었다가도, 그렇게 얘기한 대상들은  대부분 내 친구이기도 하지만 내 파트너의 친구들이기도 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거예요. 반면에 내 연애 상대들은 내가 얘기하는 만큼 주변에 연애 얘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그들도 아예 얘기를 안 하는 건 아니었지만, 내가 100만큼 얘기하는 거라면 걔네들은 100을 얘기하진 않았을 거니까요. 그래서 내가 이러면 안 되는 거였나 싶어 고민하였지요.

주누: 그러한 연애 경험이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요?

캔디: 아니, 내 정체화와 연애는 상관이 없어요. 아예 상관이 없다고 보기도 애매하긴 하지만요. 그냥 내 바이섹슈얼이라는 정체성, "내가 바이섹슈얼 맞구나, 바이섹슈얼이라는 단어를 계속해서 선택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는 데에는 물론 연애가 영향을 줬지만, 그게 연애하는 상대와의 관계가 영향을 줬다기보다는 그 사람들과의 싸움이나 다툼 혹은  그냥 그 관계 자체들이 나한테 준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누: 예전의 연애 얘기할 적에 캔디는 대학교 시절 연애를 자주 얘기하시죠. 그때에는 본인을 바이섹슈얼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요?

캔디: 불렀는데요. 내가 정체화를 한 것은 정확히 고 3~대학 1학년 사이예요. 그래서 내 모든 연애의 100%가 내가 바이섹슈얼로서 정체화한 이후에 했던 연애들이고요. 때문에 연애를 하면서 그에 따라 정체화를 한 것은 별로 없었어요. 딱 한 번 "나를 팬섹슈얼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 바이섹슈얼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인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그 고민을 할 당시는 ftm트랜스남성이 상대인 연애였고, 내가 이성을 좋아하냐 동성을 좋아하냐로 바이섹슈얼로 정체화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결이라고 생각하였고요. 어쨌든 저의 모든 연애가 정체화 이후였기 때문에 딱히 연애가 나의 정체화에 영향을 미쳤다라고 보기는 굉장히 어려워요.

주누: 당시 바이섹슈얼과 팬섹슈얼 사이를 고민했다면, 그 둘을 어떠한 개념으로 생각을 했었던 거였나요? 정의를 내려달라는 건 아니고, 그때엔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면서 나는 둘 중에 뭘 택하지였는지에 대해서 얘기해주세요.

캔디: 당시 내가 팬섹슈얼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어쨌든 바이섹슈얼은 보통 남자와 여자에게 끌리는 거고 팬섹슈얼은 좀 더 넓은 범위의 것이라고 라고 많이들 얘기했죠. 되게 단순화시킨 거긴 한데, 제가 검색을 통해 그렇게 처음 알게 되었을 때였는데요. 생각해보니 그때는 아무도 팬섹슈얼이란 단어를 쓰는 일조차 없었던 때라고요, 젠장!

어쨌든 그때 내 애인이 ftm이었고, 나는 ftm을 하나의 또 다른 성별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자, 여자, mtf, ftm, 젠더퀴어 등이 다양한 젠더 범주이고, 그 범주 중의 하나를 내가 만나고 있기 때문에 단지 남자 혹은 여자 둘 중 하나라고 보는 것은 어렵겠다, 그러니까 바이섹슈얼이라기보다는 팬섹슈얼이라고 스스로를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을 했었던 거지요.

하지만 다시 바이섹슈얼이라고 생각을 바꾼 이유는 사실, 계속 성적소수자 운동을 하면서 너무 다양한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나 스스로가 느꼈기 때문이에요. 그니까 활동판 안의 사람들이 아닌, 성적소수자가 아닌 일반 대중들에게 이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설명하는 게 일단 낫지 않나라는 고민이 있었고요. 그런 고민의 일환으로 바이섹슈얼이라고 말하는 쪽이 낫지 않을까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던 부분이 한 켠에 있지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애인이 ftm이든 뭐든 상관없이 본인이 남자라고 정체화했던 건데 내가 왜 이걸 여러 범주로 나누려고 하려 했는가? 그냥 나는 남자를 만난 거잖아, 그렇다면 계속 바이섹슈얼이 맞기도 한 거잖아"라고 계속 고민한 끝에 생각하게 되었지요. 사실 바이섹슈얼이라고 하는 것이 두 가지 젠더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넒은 범위에서 두 개 이상의 다양한 것들을 이야기하기도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한 가지 성만을 좋아하는 게 아님을 바이섹슈얼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굳이 그걸 다르다고 나누려했던 것인가란 생각이었던거죠. 그 이유가 컸고요. 게다가 내 애인이 스스로 젠더퀴어라고 얘기했던 게 아니며 성별이 없다라거나 나는 성별 모두를 사용한다거나 이렇게 얘기했던 게 아니었고, 그는 자신을 남자라고 말하는 상황인데 내가 범주를 내 멋대로 나누는 것은 문제적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주누: 머릿속에서 시스 남성, 시스 여성,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이런 식으로 나누었는가에 대한 반성인 거예요?

캔디: 그렇죠. 왜 나누었을까라는 반성이기도 했지요.


캔디가 사무실의 자기 책상에 걸어둔 바이섹슈얼 플래그


주누: 캔디는 현재 동성인 사람과  연애를 하고 계신 걸로 아는데요. 현재의 파트너와 동거 및 결혼이라거나... (물론 결혼은 현재 한국에선 불가능하지만,) 계속 같이 살거나 같이 동거하는 등 함께 가족을 구성하려는 계획이 있나요?

캔디: 제 애인은 비혼주의자입니다. [웃음] 물론 그분이 동성 파트너십에 대한 고민은 없는 것은 아니나, 일단 기본적으로 나와 같은 수준의 동성결합에 대해서 같은 수준의 열망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어요.

주누: 캔디는 그 열망이 있는 거예요?

캔디: 음, 전에 다른 친구랑 얘기하다가 했던 말인데요. 나는 동성결혼에 대한 로망,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 있긴 하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렇게 말했던 이유를 스스로 파해쳐보니, 나는 내 부모가 죽었을 때 내 파트너가 내 옆에 와 있는 것이 나도 불편하지 않고 그 사람도 불편하지 않은 상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또,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내 파트너가 와 있었으면 좋겠고, 애인이 와 있는 것에 대해서 내 가족이든 친척이든 누구도 의아해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은 상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맘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 간의 합의나 허가 같은 전반적인 것이 필요한 게 지금 한국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이라면 동성결혼이든 파트너십이든 뭔가 필요하고 나도 하고 싶단 생각에 다다른 거죠. 그런 실질적인 것들에서 필요한 상황이니까요. 게다가 나는 굉장히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살아가는 편인 사람이기도 해서요.

주누: 부모님들과 동생한테 커밍아웃을 하셨나요?

캔디: 아니요! 동생한테는 커밍아웃을 했어요. 동생은 내 애인도 알고 있긴 해요. 부모님은 제가 일하는 단체가 어딘지를 알고 계십니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그냥 내가 성적소수자 단체에서 일하는 훌륭한 헤테로라고 생각하고 계십니다.

주누: 부모님한테 커밍아웃 할 생각은 없는 거예요?

캔디: 엄마는 내 애인을 좋은 친구로 알고 있고, 내 애인을 되게 좋아하시고요. 근데 아주 예전에 엄마에게 활동하는 특성상 내 주변에 레즈비언도 있다는 류의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엄마, 내가 나중에 여자친구 데려와도 놀라지 마"라고 얘기를 했더니, 엄마가 "그냥 혼자 살아라"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아,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라 보고 엄마에게 커밍아웃할 생각을 접었던 적은 있어요. 근데 말이죠. 최근 10년 사이에 우리 엄마가 되게 많이 변했어요. 동성결혼 뉴스가 TV에도 막 나오고 하니까, 엄마 주변에서도 그에 대한 얘기를 나누나봐요. 근데 엄마가 "걔네들이 결혼하는 게 뭐가 문제냐"며 지인들에게 말했던 일을 나한테 자랑하며 얘기를 하는 거예요. 물론 자기 자식 얘기가 아니니까 엄마가 그렇게 얘기를 한 거 같기는 한데... [웃음]

어쨌든 그래서 저는 엄마한테 나를 커밍아웃하는 것이나 내 내 애인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엄마가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고 거기서 엄마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죠. 지금 상황에서는 굳이 엄마한테 커밍아웃을 할 생각은 없는 대신, 엄마가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내가 굳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엄마는 내 애인이 나한테 되게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기도 하고요. 때로는 걔 안부도 계속 물어봐 주시고요. 그런 상황이니, 엄마도 나도 서로에게 묻거나 말하지는 않지만 저와 제 애인 사이가 그 정도로 소중한 관계라고 인정하는 거면 충분하다고 느껴요. 그걸로 행복합니다. [웃음]


*다음 글로 이어집니다.

*인터뷰 참여 - 캔디, 주누

*녹취 및 작성 - 주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