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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4호] 가족?!?

[인터뷰] 팬섹슈얼 카노의 게이인권단체 표류기 -2-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누군가를 만난다는 의미

카노: 제 첫 연애 상대는 트랜스젠더 여성 분이었고, 그 이후에 두 번의 동성연애를 했어요. 처음 동성연애를 했을 땐 친구사이에서 반응이 정말 이상한 거예요. 형들이 술을 사주면서 “드디어 네가 남자랑 연애를 하는구나” 말하곤 했는데 그 뉘앙스가 마치 ‘그래, 너도 이렇게 게이가 되어가는 거야’ 이렇게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한편으로는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라” 아니면 “너 이제 바이가 된 거야?”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근데 되게 웃긴 건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이 없으면 잘 기억을 못해요. 저에 대한 얘기를 하려면 술자리에서 편하게 얘기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하루 지나면 또 잊어요. 얘가 궁금하긴 한데 그렇다고 그 얘기를 깊이 고민하고 알고 싶지는 않으니 “아, 그렇구나. 그래, 알겠어” 정도로 넘어가고,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또 물어봐요. 그래서 동성연애를 처음 시작하면서는 오해 아닌 오해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 너 드디어 게이가 됐네! 탑은 해봤어? 비는 해봤어? 어떤 게 맞아?” 이렇게 물어봐요. 당연히 기분 좋지는 않죠. 저는 그냥 이 사람이 좋아서 만나는 건데. 저는 그 사람 자체 때문에 만나는 건데 어떤 게이들은 자신의 시각을 저에게 대입하는 거죠, 특히 주로 성적인 부분으로. 그 사람이 잘하냐 못하냐, 성향이 뭐냐 이런 것들을 물어봐요. 저는 또 진지하게 대꾸하기 싫어서 그냥 “잘해” 하고 넘겼죠.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얘는 게이 다 됐어” 이렇게 넘어가버리는 거예요. 어느 순간 그런 것들에 대해 너무 힘 빼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냥 나만 흔들리지 않고 만나면 되는 거니까.

이브리: 방금 얘기하시면서 어떤 게이들은 상대방이 남자여서 좋고 남자로서의 성적매력이 좋아서 만나는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럼 카노님은 느낌이 다른가요?

카노: 지금까지 동성을 사귀던 이성을 사귀던 제가 단번에 사귄 경우가 없어요. 다들 3~4년 오래 만나왔던 친구들이었고, 어느 순간 감정의 선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처음엔 우정인가 했는데 솔직히 자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걸 보고 고등학교 때 처음 게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다 보니 다른 게이 분들처럼 흔히 지나가는 남자들 보면서 ‘내 식이야!’ 하는 반응이 저는 하나도 없어요. 제 기준에는 그냥 지나가는 행인이고 저는 외모 같은 게 눈에 안 들어와요. 그전에 만났던 친구들도 다 스타일이 달랐어요.


사랑? 사람. ©StockSnap


주누: 서로의 친함을 과시하기 위한 언어나 흔한 성적 농담들이 있잖아요. 그럴 때 어울리기 힘들거나 그런 건 없었나요.

카노: 그건 아직도 힘들어요. 지금 만나는 친구는 약간 몸집이 있어요. 근데 마른 몸매에 대한 어떤 생각이 있나 봐요. 저를 보고 “너같이 마른 애는 어디 가서 안 팔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비하잖아요. 너는 뚱뚱해서 싫어 라는 말이나 말라서 싫다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자기가 ‘뚱’이라는 얘기는 듣기 싫어하면서 마른 애들 보고는 너무 말랐다고 얘기하는게 이상한 거예요. 신체적인 거나 잠자리 포지션에 관련된 농담들. 그리고 흔히 게이들의 ‘끼’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끼가 하나도 없어요. 처음 모임 나왔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것도 그냥 일반 같아서 게이 신에서는 보지 못한 드문 케이스여서 그랬던 것도 있어요. 반면에 끼가 없다 보니 재미없다, 끼 안 맞아서 못 놀겠다, 끼 좀 키워라 이런 얘기들을 지금도 듣기는 해요. 이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끼를 배워야하나? 그래서 가끔씩은 마음에 걸릴 때도 있어요. 얘네들은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얘기하는 것일 텐데… 안 맞는 부분이 그런 거죠.

주누: 실제로 끼를 배워가는 사람도 있잖아요.

카노: 저도 끼를 하나도 몰랐는데 활동 2년차가 되면서 얼추 따라하게는 됐어요. 사실 이것도 잘못된 건데, 게이 커뮤니티 안에서 오래된 친구들한테 ‘이년, 저년’ 하잖아요. 그런 거는 자연스럽게 되더라고요. 다만 저는 그것도 약간 어색하게 하니까 책읽당 사람들이 이상한 거 가르쳤다고 얘기하죠. 근데 그 친구들도 과할 때가 있어요. 보통은 농담으로 하루이틀 지나가는데 분위기를 전환시킨다며 매주 공연 연습 때마다 되풀이 될 때가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놀리기 좋은 성격이었나 봐요. 물론 항상 따라오는 말은 “네가 성격이 좋아서 그래. 반응이 좋아서 그래” 이렇게들 얘기하는데 저한테는 최대의 난제예요. 이걸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계속 저를 놀리니까 삐지기도 하고 몇 번 울기도 했는데 술자리니까 다음날에는 다 까먹죠. 이제는 그냥 집에 가요. 얘기해봤자 분위기만 깨고. 최근에는 가볍게 한 말들이 내게는 상처가 된다고도 얘기 했어요. 그랬더니 “우리도 그런 얘기 다 듣는다. 근데 넌 왜 그런 거냐?” 하시더라고요. 저는 오랜만에 또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왜 그걸 가볍게 넘겨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제 편을 들어주던 형 한 명이 니들이 잘못된 거라고, 그걸 왜 얘한테 받아들이라고 말하느냐 얘기했어요. 결국엔 그런 일이 있으면 바로바로 얘기하라면서 술자리가 갑자기 진지해지니 어떤 사람들은 당황스러워 했어요. 그래서 점점 얘기해봤자 나아지는 게 없을 거란 생각이 드니까 이제는 피하는 거죠.

다들 오랫동안 활동했던 사람들인데 저는 처음 일년은 책읽당에만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고, 이제 막 커밍아웃한 어떻게 보면 이방인 같은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지보이스가 절반 정도 차지하기 때문에 지금 알고 지내는 분들은 10명 남짓 있어요. 지보이스에 있으면서 여러 일들이 갑작스럽게 많이 생겼었죠. 책읽당 친구들은 이런 부분은 조심했는데 여긴 더 가족 같은 느낌이구나 생각했어요. 가족끼리 쉽게 상처 되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너무 가까운 것도 오히려 불편한 거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서로 가족같이 편하게 농담을 주고받는데 저 혼자 상처받으면 나만 모난 돌이 되는 것 같아서 가급적 제가 방해가 안 되려고 하죠.

주누: 다른 식으로 문제제기를 하거나 따로 얘기할 방법은 없으려나요?

카노: 있긴 있어요. 지보이스 단장님이 계시니까 그분에게 얘기할 수 있는데 제 성격상 그게 잘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얘기를 한다고 해서 금방 나아지지 않을 것 같고 분명 나중에 또 그런 일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 말고는 가족같이 끈끈한 지점이 있어서 계속 남아있는 것 같아요.


◆ “친구” 사이

이브리: 일반 친구들하고는 어떻게 지내세요?

카노: 일반 친구들하고는 안 보고 지낸 지 일년이 넘어가는 것 같아요. 제가 27년 정도 살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이 ‘나다움’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거였거든요. 예전에 주변 친구들 보면 가부장적이고 남성적인 면이 있더라고요. 흔히 사회 생활하면서 “남자가 이정도도 못해?” 이런 언행들에 부딪히고, 조용히 있고 싶은데 주위에선 그걸 못 보는 거죠. 그런 분위기에 더 이상 있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사이에 나가면 “이쪽 사람들은 그럴 수 있어. 우리도 마음 한 구석엔 다들 소녀가 있어” 이렇게 웃으면서 공감해주니 더 이상 일반친구들과 만나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브리: 그런 면에서는 친구사이가 편하고 좋은 관계인 거네요. 일반친구들이 말하는 소위 “남자답지 못한” 면을 가지고 계신 것일까요?

카노: 희한하게 예전 제 일반친구들은 다 포비아인 거예요. 지나가듯 게이 관련 얘기를 꺼냈는데 완전 흥분해서 핏대를 세우면서 “걔네들이 느끼는 건 더럽고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커밍아웃도 하지 않았고, 저를 이해해주는 한 명의 친구에게만 유일하게 했어요. 커밍아웃에 대한 어려움도 많은 것 같아요. 게이들은 “나 게이야”하면 되는데 예전에 A라는 친구에게 커밍아웃을 했더니 “그게 뭐야?”하고 묻길래 3시간 동안 질문을 받고 대답해주었어요. 설명을 다 해줘도 이해를 잘 못하더라고요. 다행히 그 친구는 스스로 더 알아보고 나중엔 잘 이해해주었어요. 오래된 친구가 또 한 명 있는데 커밍아웃 하려는 순간 그 전 기억이 떠오르는 거예요.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지 어렵더라고요. 그 친구가 이해가 되면 다시 얘기를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 후에 술을 되게 많이 마시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그 친구가 절 깨우더니 “야, 어제 아무 일 없었지?”하고 물었어요. 근데 그 뉘앙스가 ‘너 나 안 건드렸지?’ 이런 느낌이었어요. 잠이 확 깨면서 벌떡 일어나 아무일 없었다고 말했더니 그럼 됐다고 하더군요. 커밍아웃하고 제일 불편한 친구들이 그런 친구들인 것 같아요. 앞에서는 ‘괜찮아, 이해해’ 하면서 뒤에서는 벽이 생기는 사람. 연락 잘 하던 친구가 답장이 잘 안 오고 어색해지기도 하고. 혹은 정말 믿을 만한 친구였다가 서로 멀어지니까 그 친구가 아웃팅을 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 친구는 주위에 친구가 많아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면 어떡하지, 내가 먼저 연락을 해야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StockSnap

“야, 어제 아무 일 없었지?” - 커밍아웃하고 제일 불편한 친구들이 그런 친구들인 것 같아요.


◆ 그리고 “가족” 사이

주누: 친구 말고 다른 지인에게 커밍아웃 한 적은 있나요?

카노: 제가 말한 적은 없고 친형한테 들킨 적은 있어요. 아무래도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니 유인물이 많이 쌓이더라고요. 책 사이에 숨겨놨었는데 어느 날 형이 뭐 찾는다고 뒤적거리다 본거죠. 처음에는 퀴어 서적들이 보이니 이런 것에 관심이 있나 보다 했대요. 제가 컴퓨터를 쓸 때 항상 방문기록을 지우는데 언제 한 번 안 지우고 나간 거예요. 근데 형이 그걸 본거죠. 형은 기독교인이에요. 퀴퍼 한다고 하면 어디에 반대 집회를 위해 모이라는 문자를 받을 정도인데… 그래서 들키자 마자 추궁을 하는 거죠. 이런 역겨운걸 왜 보느냐부터 시작해서 그러다 화가 나서 충동적으로 “나 게이다” 하고 말했어요. 그게 가장 편하니까. 그렇게 얘기를 했더니 온갖 혐오발언을 하면서 나중엔 술 먹고 들어와서 “이런걸 좋아하냐”면서 성희롱을 하더라고요. 그 이후에 한동안 형을 피했어요. 그러니까 형이 얘기 좀 하자 하더라고요. 마주 앉아서는 “나는 너를 이해 못한다. 그런데 그런 고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얘기하지, 왜 들키고 그러냐.” 이런 식으로 어영부영 넘어갔어요. 요즘에는 형과 그런 얘기는 잘 안해요. 대신 밤에 잘 안 들어오면 화를 내기도 하고 샤워하려고 할 때 등에 난 작은 뾰루지 보고도 그거 뭐냐며 에이즈가 아니냐며 묻기도 해요.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있는 거죠. 당신이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눈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문집발표회나 지보이스 공연할 때 초청해서 보여줄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집에서 일부러 노래 연습도 하는데 그러니까 형도 그냥 주말마다 노래하러 나가는구나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브리: 형이 부모님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나요?

카노: 말하지 말라고 제가 강력하게 얘기했어요. 내 입으로 얘기하겠다고. 형 입에서 나오면 집 안 분위기 망가진다고 하니까 형도 그 정도는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브리: 나중에 부모님께도 알릴 생각이세요?

카노: 그건 아직 모르겠어요. 주변에 나이 있는 (친구사이) 형들은 부모님들이 살 날이 별로 안 남으셔서 그 남은 시간 동안 자식이 그냥 결혼도 안하고 애를 안 갖는다고 걱정시키는 게 낫지, ‘남자 좋아한다’ 이런 얘기를 하면 부모가 ‘내 잘못이구나’ 생각하게 되어서 오히려 안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커밍아웃은 상황을 보고 할 수 있으면 하되, 억지로 하진 말자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게다가 범성애자는 부모님 세대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하고 이해도 잘 못하잖아요. 여자를 만날 수 있으니 무조건 여자를 만나라 이런 얘기도 할 테니까. 어차피 어렸을 때부터 결혼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런 걸로 스트레스 받기는 싫어요.

주누: 비혼은 어떤 계기로 생각하게 되셨어요?

카노: 어렸을 때 집이 잘 사는 편이었는데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시고 보증을 잘못 서서 집이 완전 무너졌어요. 아버지가 잘못한 건데 엄마가 고생하고 피해 받으니까 그 때부터 각인이 돼서, ‘아 로또가 당첨되고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게 아니면 결혼하지 말자’ 이렇게 생각하게 된 거죠. 결혼을 해서 경제적인 압박을 느끼면 못 견딜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요. 최근에는 어떤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형은 범성애자니까 이성애자들 있는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것도 좋지 않아? 왜 친구사이에 있어?” 그 얘길 듣고 좀 띵했어요. 분명히 맞는 말이에요. 순간 ‘나 왜 여기 있지?’ 생각이 들었지만 사실 일반 친구들하고는 통하는 부분이 별로 없어요. 물론 개방적이고 생각이 깨어 있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상처를 많이 받고 나온 거라 다시 그쪽에서 눈치 봐가면서 지내기 싫은 거예요. 그래도 그 친구 질문 덕분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어요. 남성과 연애하려고 여기 남아있는 건 아닌데, 왜 여기 있을까. 그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계속 친구사이에 남는 이유가 보이는 것 같아요.

◆ 어딘가에 있을 팬섹슈얼과 소수자들에게

주누: 친구사이에서 소모임 같은 걸 만들어서 관계를 더 확장시키려는 고민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카노: 그런 고민도 많이 했어요. ‘토요모임’이라는 소모임이 있는데 성정체성에 관계 없이 누구든 환영한다는 의미의 모임이에요. 그 모임에서 모임장을 할까도 고민했어요. 거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건 여건이 안 돼서 하지 못했었어요. 이런 생각들은 항상 가지고 있어요. 책읽당, 지보이스, 마린보이 같은 모임을 운영하면서도 아무래도 고민이 많죠. 우리가 인권적 관점에서 발돋움을 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커뮤니티만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서로 살짝 갈등이 있어요. 게다가 2년 밖에 안된 회원이 둥지를 하나 더 만드는게 겁이 나기도 하고 형들도 안된다고 할 것 같아서… 친구사이가 재정적인 부분도 힘든 상황이거든요.

제가 자주 방문하는 팬섹슈얼 블로거의 블로그가 있는데 그분은 해외 글들을 번역해서 올리기도 해요. 그런 분들이랑 몇 명 모여서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그러면 저는 아는 게 없는데, 막상 이분들을 불러 모아놓고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하나 하는 마음에 혼자 생각만 하고 있어요. 생각보다 주변에 범성애자가 많더라고요. 그분들은 제가 모르는 단체에 속한 건가? 아니면 혼자 뛰어다니시는 건가? 이런 생각을 해요. 가끔 행성인에서 사람들을 모아서 얘기를 해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 형들이랑도 얘기해보고 뭔가 진행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브리: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아직 전하지 못한 얘기가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카노: 제가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라 종로나 이태원 자체를 퀴어판으로 만들어서 성소수자 모두 모여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그런 딱지 같은 거 하나도 없이 ‘우리는 다같이 소수자야’ 하면서 살아 갔으면 좋겠어요. 근데 또 “L(레즈비언)과 G(게이)는 안 맞아!”라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원래 같이 활동도 많이 했는데 안 맞아서 찢어진 거라며... 레즈비언 분들 중에는 게이들이 여성비하가 심해서 싫다는 분들도 많아요. 서로 이해도 잘 안되고요.


다들 어디에 계실까요? 한걸음씩 나와서 함께해주세요. ©StockSnap


그래도 다같이 하하호호 웃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 같은 성소수자들도 진입장벽이 낮아지겠다는 생각이 들고. 덧붙여 많이들 나와주었으면 좋겠어요. 2년 동안 팬섹슈얼을 한번도 직접 뵌 적이 없었기에, 사람들이 나와서 우선 말이라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도 함께 해주세요!


*인터뷰 진행 - 이브리, 주누, 혜진
*녹취록 작성 - 혜진
*인터뷰 편집 - 셀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