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진: [4호] 가족?!?

[인터뷰] 바이섹슈얼 활동가 캔디와의 대화 -2-

*이전 글에서 이어집니다.


◆ 십 수 년차 바이섹슈얼 활동가 캔디

주누: 전에 소속되어 있던 단체에서도 대외연대활동 같은 걸 했었다고 들었어요. 성적소수자 활동판의 많지 않은 단체들의 활동가 및 인권단체 활동가를 만나는 활동을 하셨는데, 당시에는 처음 만나서 통성명을 할 때부터 사람들에게 바이섹슈얼이라고 커밍아웃을 다 하는 상황이었나요?

캔디: 네. 맨 처음 내가 성적소수자 활동판에 나온 건 10여 년 전 당시 민주노동당의 성소수자위원회에 취직하면서부터예요. 그때를 활동을 이제 막 시작한 때였죠. 취직이라고 하는 게 맞아요. 면접도 보고 공채된 거니깐요! [웃음] 그때 이력서 낼 때 나는 바이섹슈얼이라고 얘기를 했고, 그랬기 때문에 처음 활동판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바이섹슈얼이라고 밝힌 상황이었던 거죠. 사람들에게도 늘 바이섹슈얼이라고 얘기를 했고요. 많은 성적소수자 이슈가 ‘동성애자’의 이슈로 주로 이야기되던 때라서, 난 동성애자 아니고 바이섹슈얼이라고 계속 얘기를 해야 되는 상황이기도 했지요.

주누: 그때 주위 반응은 어땠어요?

캔디: "아~아, 바이세요? 아, 그렇구나."

주누: 그래도 지금은 바이섹슈얼에 대해서 사람들이 알잖아요. 그런데 그때는 그게 뭔지 몰랐을 때인 거죠?

캔디: 그게 뭔지 몰랐을 때는 아니지요. [웃음] 그때도 LGBT라는 말을 썼는걸요. 근데 사실… 옛날에는 열 번 중에 아홉 번이 "우리=동성애자"라고 얘기를 하는 거였으면 지금은 열 번 중 네 번은 "우리=동성애자"라고 얘기하는 상황으로 변해왔죠.

주누: 혐오 세력들도 "너희=동성애자"라고 얘기를 하는데요…

캔디: 그렇죠. 반동성애 진영이든, 동성애 운동이든 온갖 군데에서 동성애만 말하죠. 그리고 온갖 곳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얘기만 하고요. LGBT 라고 말할 때만 들어가는 B인 거고요. 사실 바이섹슈얼과 트랜스젠더에 대해서는 잘 얘기가 안 나오죠. 트랜스젠더 이슈가 있을 때만 트랜스젠더 얘기를 하고, 바이섹슈얼은… 음, 여전히 얘기를 잘 안 하죠. 그런데 그때에 비하면 "너희=동성애자"라고 말하는 빈도는 좀 줄고 있긴 한 거 같아요.

주누: 여전히 활동 공간에서 바이섹슈얼은 비가시화되어 있나요?

캔디: 사실 활동판에서 본인이 바이섹슈얼이라고 얘기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도 사실 아직까진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어지진 않는다고 봐요. 바이섹슈얼이라고 자기를 얘기하는 사람은 늘었지만요. 그 사람들 한 명 한 명 태클을 거는 정도의 문제제기만 나오는 수준이죠.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이슈에 대한 이러이런 건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라는 말 정도는 나오긴 하지만, "바이섹슈얼 이슈의 이러이런 건 생각해야지 않나요?"라는 말은 잘 나오지 않거든요. 때문에 여전히 바이섹슈얼이 비가시화되어 있는 거라고 규정하는 게 나는 맞다고 생각은 합니다.

주누: 그럼 현재 바이섹슈얼 이슈는 나와 있는 게 없다고 보나요? 개개인이 마주치는 상황, 덜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거나, 정치적 올바름 때문에 LGBT는 우리 모두니까 B도 붙인다라고 소환되는 정도라고 본다면, 퀴어 활동판 안에서 그 이슈란 건 뭘 말할 수 있을까요?

캔디: 이슈가 뭐냐면... 그니까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거지요.

주누: 방금 예를 들었던 트랜스젠더 이슈와 비교하자면, 구체적인 이슈를 갖고 와서 어찌 실천하자고 얘기할 수 있고 활동하는 사람들 안에서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반해, 바이섹슈얼 이슈는 그런 게 딱히 없는 거라 보나요? 지금 성적소수자 활동의 이슈로서 바이섹슈얼 이슈가 비가시화되는 모습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요?

캔디: 근데 사실 나는... 한국 사회 내 운동에서 레즈비언 이슈는 무엇인가라고 얘기하면 사람들이 할 말이 별로 없을 거라고도 생각해요. 그니까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동성애자의 이슈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는 군형법 이슈가 있을 것이고, 또 동성결혼이 있지요. 그 외에 게이만의 이슈, 레즈비언만의 이슈가 따로 우리나라에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도 되게 애매한 상태라고 전 생각해요. 개별 이슈보다는 성적소수자 전체에 대한 차별이라든가 혐오세력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문제시 되고 가시화되고 있지만, 개별 이슈들은 사실 지금 딱히… 뭐가 있나요? 다양한 성적 지향과 관련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슈들은 뭔가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굳이 동성애자 이슈라고 얘기하는 것 중에 바이섹슈얼 이슈가 아예 없느냐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거죠. 사실 그것은 동성 간의 관계에 대한 이슈들인 것이지 동성애자만의 이슈가 아닌 거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이걸 잘못 이해하거나 그냥 말하기 편하자고 '우리 이슈=동성애자 이슈'라고 말하는 걸테고요. 하지만 그것도 다 바이섹슈얼의 이슈이기도 한 게 사실이잖아요.

바이섹슈얼 이슈와 연관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내가 생각하던 것 중에 이런 게 있어요. 군형법이 실효적으로 적용되는 법이 아니라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군형법에 저촉되는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는데요. 군형법 위반으로 걸린 누군가가 "나는 mtf트랜스젠더이다"라고 얘기하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죠? 혹은 그 사람이 "나는 게이가 아니고 바이섹슈얼이다"라고 얘기하면,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 걸까요? 이런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하는 거죠. 특히나 그 mtf가 수술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할 때 그럼 이 사람은 여자인데 어쩔 수 없이 군대에 왔다라고 얘기하면, 이건 이성 간의 성관계인 것인데 그럼 그것은 군형법에 저촉이 되는 것일까요? 봐요! 이에 대해 누가 답을 해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둘 다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는 남성 병사 두 명이 성관계를 가졌다면, 누가 봐도 둘 다 이성애자인 게 명확한 이들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군형법 이슈의 지점이란 너무 명확해 보이지만 하나도 명확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군형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당위와는 별개로,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논의를 군형법 폐지 운동을 논의하는 책상 위로 가져가는 것이 과연 모두를 위한 논의 확장인 것인가? 아니면 단지 쓸데없이 고민만 깊어지게 해주는 것인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드는 거지요. 사실 동성결혼이나 동성애자들 간의 결혼도 다 비슷한 결이 되는 거예요. 이 모든 사안이 지금 진행되고 있거나 매우 첨예하거나 이런 상황에서, "고작 그 정도만 첨예해가지고는 안 돼! 이보다 더 첨예하게 고민해야 하는 거잖아!"라고 말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가란 생각도 드는 거죠.  

주누: 그건 아까 대중들에게 심플하게 다가가야 한다의 오류라고 볼 수 있나요? HIV/AIDS이슈도 마찬가지잖아요. 해외에선 MSM(men who have sex with men)에 많이 집중이 된 반면, 한국은 그렇진 않은 상황인 거고요..

캔디: 그러니까요. 제가 현재 소속하여 상근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공식 홈페이지를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중인데요. 그러다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만들었던 <레인보우 링>을 보게 되었어요. 그 중 바이섹슈얼 특집에 담긴 내용에서 "외국에선 바이섹슈얼 운동 쪽에서 HIV/AIDS 운동을 같이 한다"라고 (제가) 말했던 내용이 써있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민망하게도, 내가 2007년에 했던 얘기가 2011년에 했던 얘기인 거죠. 지금도 바이섹슈얼 관련해서는 그 이외의 다른 얘기가 하나도 새로 나온 게 없는 거 같은 거예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진행하였던 프로젝트 <레인보우링>

2011년 발행하였던 4호 [바이섹슈얼] 편의 표지 사진


주누: 여전히 새로운 이슈가 없다는 거죠?

캔디: 네. 적어도 트랜스젠더 운동 영역은 이전에 단체가 없어졌다가 다시 생겼다 등등 얘기할 거리라도 있지요. 그리고 젠더에 대해 지금껏 변화해왔던 흐름에 대해 말할 거리도 있고요. 그런데 바이섹슈얼에 관해서는 할 수 있는 얘기가 여전히 없더라고요. 바이섹슈얼 이슈는 더 다양한 논의로 넓혀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고요.

그런데 내가 옛날에는 좀 더 공부하고 자료도 찾아보았는데, 지금은 저 역시 예전보다 더 많은 것을 보지 않거나 보지 못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새로운 얘기를 해주기 점점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열정이 사라진 것일 수도 있고 정말 바빠서인 걸 수도 있지만요. 한편으로는 저는 트위터나 페북 그룹 등 SNS에서이 바이섹슈얼 관련해 여기저기 많이 팔로우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올해 캠페인이랑 작년 캠페인이 여전히 똑같고... 매년 계속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고 있는 거예요. "우리는 존재해요. 바이섹슈얼 여자친구를 가진 레즈비언의 이야기, 바이섹슈얼은 이런 거예요. 바이끼리 결혼을 했는데…" 등등. 거기서도 여전히 새로운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예전에는 저 또한 외국의 전략을 좀 배워야 하나라고 생각했고, 해외와 같이 HIV/AIDS 얘기를 많이 하려고 애썼던 적도 있는데요. 그렇지만 "외국도 사실은 전략이 없는 것인가? 바이섹슈얼 운동이란 것의 방향이나 전략이 사실 외국도 따로 존재하는게 아니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해외 쪽도 몇 십 년 동안 운동을 해왔다고 하지만, 새로운 의제를 얘기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 것인지 점점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새로운 의제 아시면 저한테 좀 알려주세요~

주누: 전에 바이모임에 해외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하셔서 바이섹슈얼 활동가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풀어주신 글을 기고하신 적이 있지요? 해외에 나가서 퍼레이드나 단체 방문을 직접 봤을 땐 어땠나요? 현재 한국에는 바이섹슈얼 단체가 없는 상황이고, 퀴어 퍼레이드를 가도 바이섹슈얼이 모여서 행진하는 경우도 없고 행사도 아직은 없긴 한데요. 당시 기고했던 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캔디: 대만에 가서 [바이더웨이]랑, 중국의 [RB 네트워크] 등 단체 활동가들을 만나보았는데요. 그쪽의 긍정적인 부분은 '그들이 몇 년 동안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 운동할 동력이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었어요. 근데 거기서 하는 얘기들 역시 저에게는 불편했던 점이 여전히 있었죠. 바이섹슈얼 입장에서 워크숍 자리에서 발언하는 등 이전에 봐왔던 전략이나 방법들과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지요.

어쨌든 그런 활동이라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운동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한국과 되게 다르다는 생각은 들었어요. 그들이 유지하는 모임이 단지 친목모임이라고만 느껴지진 않았거든요. 그리고 태국의 경우에는 바이섹슈얼 부모모임 같은 것도 만들어져서 활동하고 있고요. 그 국가에서도 동성결혼이 허용되는 상황이 아니지만, 바이섹슈얼 부모로서 어떻게 아이를 키울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쪽은 좀 다양한 결들을 사람들이 생각은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섹슈얼 활동 단체는 실현 가능한가?

주누: 바이모임 웹진의 2호 [연애] 편에 실린 좌담회 자리에서 캔디도 참여하셨지요?  당시 의견을 약간 밝혀주시긴 했지만, 바이섹슈얼 단체에 대한 의견을 좀 더 물어보고 싶어요. 지금 말씀하신 해외 얘기와 연결될 수 있을 거 같고요. 캔디는 퀴어 활동가이지만, 바이섹슈얼만의 활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바이섹슈얼 활동을 하는 단체를 만드는 일에 대한 개인적인 고민이 혹시 있는지요? "과연 그런 단체가 필요한가요? 친목모임처럼 단지 모이는 일 외의 다른 뭔가를 하는 활동 단체가 필요한가? 캔디는 그 단체에서 활동하고 싶은가?"에 대해 얘기해주시겠어요?

캔디: 저는 바이섹슈얼 이슈에 특화된 단체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눈에 보이는 단체가 있어야 사람들이 고민을 하더라'란 생각을 제가 점점더 크게 한다는 점이에요. 그니까 운동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성적소수자 운동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바이섹슈얼 활동 단체의 누군가가 연대 논의 자리에 함께 있으면, 그렇기 때문에라도 바이섹슈얼 얘기를 하게 된다는 거죠. 이건 제가 트랜스젠더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기도 해요. 트랜스젠더 활동가들이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사람들이 트랜스 얘기를 절대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계속 "우리=동성애자들"이라고 했을 거라고 굉장히 확신하고 있기도 해서요. 그래서 바이섹슈얼 단체의 존재가 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것만 위해 바이섹슈얼 단체를 만들기엔 무리가 있죠. 우리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고 어떤 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상이 하나라도 있어야 되는데, 지금 현재 상황에서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거든요. 해외의 바이섹슈얼 운동에서 처음 내세웠던 "바이섹슈얼이 여기 있다" 외에 더 많은 방향들이나 전략들, 그리고 기존 운동들을 해체하면서 바이섹슈얼 관점에서 어떤 것을 놓치고 있는지 주장하는 일 등등... 이런 것을 샅샅이 훑어보고 캐치하는 일들을 하는 논의 테이블이 필요한 거겠죠. 이걸 같이 할 사람은 있는 거 같은데, 제가 현재 여력도 시간도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가 싶기도 해요.

주누: 바이섹슈얼 가시화를 하긴 해야 할 일이고, 단체든 뭐든 그걸 할 수 있는 주체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근데 그걸 하자는 것만으로는 동력이 없을 수 있다라는 얘기인 거 같은데요. 근데 가시화조차도 아직 안 되어 있으니 가시화만이라도 집중하는 방법으로 시작하자는 반론도 있을 수 있잖아요?

캔디: 가시화를 어떤 가시화로 보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를 거 같아요. 현재는 '바이섹슈얼이 있다' 식 가시화가 아예 없다고 주장하기에는 되게 애매한 상황이기도 하니깐요. 어쨌든 LGBT라고 나란히 말해지고, 바이섹슈얼이 있다는 사실은 이젠 다들 알고, 바이섹슈얼이 되게 많다는 것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아는 정도까지의 가시화는 되고 있어요. 적어도 성적소수자 운동과 성적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그 정도의 가시화는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가시화를 이야기하는 것인가라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생각하는 가시화가 뭔데요? "저기에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거기 중에 킨제이가 얘기했던 것처럼 몇 %는 동성애자이고, 몇 %는 양성애자이고, 몇 %는 트랜스젠더이고, 더 연구해보니 몇 %는 젠더퀴어랍니다." 이런 걸 사람들에게 알게 하는 게 가시화인가? 그게 아니잖아요. 우리 바이섹슈얼로서 바이섹슈얼 운동에 대해서 생각하는 가시화가 어떤 것을 드러내려는 가시화인지, 어떤 것에 대한 인정투쟁인지, 무엇을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가시화를 원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더욱 얘기해야 되겠죠. 그에 대한 생각은 나와 주누의 생각이 다를테고, 주누와 바이모임 사람들도 다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개인이 원하는 가시화의 정도를 운동에 풀어내서 얘기하는 것은 지난 10년을 돌이켜볼 때 그렇게 큰 의미가 없는 건가 싶기도 해요. 좀 더 다른 종류의 가시화를 계속해서 얘기하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단체가 꼭 필요하다고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주누: 그 가시화의 모습 중 하나의 예로. 논-모노섹슈얼의 다른 정체성들이 있는 거잖아요. 스스로 호명하는 이름이 다르고, 각각 정체화하는 내용과 방법과 맥락도 다르고요. 그에 대해서는 입장이 어떠한지요? 가시화를 얘기할 때 "LGBT 안에 바이섹슈얼이 있어요"라는 선언 외에 다른 더 많은 얘기를 더 해야 된다는 것과도 연관이 되는 주제 같아요. 또한 바이섹슈얼의 무엇을 가시화해야 할까를 고민할 때도 함께 얘기 나와야 하는 지점이라 생각 들거든요.

캔디: 음… 저는 트랜스젠더 운동이 없었다면 젠더퀴어에 대한 논의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와 같이, 바이섹슈얼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지 않는 상황이면 팬섹슈얼이나 옴니섹슈얼 등 논-모노섹슈얼도 얘기되기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에요. 어쨌든 각각이 굉장히 분리된 개념이면서도, 다른 한편 어떤 사람들은 바이섹슈얼을 굉장히 광의의 개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기도 하고요. 바이섹슈얼이 좀 더 얘기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논-바이너리에 대해서는 고민조차 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바이섹슈얼 운동이 더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거나 더 다양한 정체성들이 나와야 된다는 당위와는 별개의 문제로요. 이렇게 보는 건 너무 나의 독단일까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바이섹슈얼 운동이 실제로 있고 바이섹슈얼 이슈가 더 논의된다면, 누군가가 논-모노섹슈얼의 다양한 결들을 얘기하자고 말할 수는 있을 거고요. 나는 그게 무척 의미있을 거라고 생각 들어요. 저 역시 어떤 얘기가 나올지 들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근데 우리끼리만 얘기하는 걸로 그치고, 우리끼리 즐겁고 마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닐까란 우려 역시 드는 거죠.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좋지만 "그걸 어떻게 운동으로 가져갈 건데?"를 같이 얘기해줄 수 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LGBT 중에 B가 있다고!" 하는 것처럼 "야, B만 얘기하지 말라고! 팬섹슈얼도 있고 옴니섹슈얼도 있고 폴리섹슈얼도 있거든!"도 좋은데, 그렇게만 외치는 데에서 끝나는 건 곤란하다고 봐요. 그러니까 "같이 운동하자고 나에게 제안을 해달라. 나한테 따지지 말고 제안을 해달라. 나도 그런 제안을 못 하니까 바이섹슈얼 운동 아직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걸 수도 있다." 그런 심정이 드는 거랄까요?

주누: 누군가 그런 제안을 캔디에게 했다고 가정을 하고, 또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고 가정을 하면 [웃음] 어떤 형태의 활동을 시작해보고 싶은가요?

캔디: 전 사실 바이모임 초창기에 했던 수다회를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처음에 수다회를 기획했을 때는 <Bi Any Other Name>이라는 책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국에서 바이섹슈얼이라고 스스로 얘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고 그 내용을 녹취록으로 남기고 정리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줘보자라는 생각이었던 거였죠.

전 그 방식이 여전히 유효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그 자리에서 매번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문제의식이 있었지만, 다른 종류의 모임들을 보아도 몇 년 동안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경우들도 있거든요. 그런 류의 모임이 있으면서 지금처럼 웹진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도 생긴 거고요. 그런 얘기를 모은 사람들이 생기기도 한 거잖아요. 그래서 다시 수다회를 계속 유지하면 그렇게 모인 사람들 속에서 바이섹슈얼 운동이 더 필요하다는 논의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수다회 등의 방법으로 모여 논의하면서, 그러면서 단체에 대해서 얘기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두 명씩 더 생기면 좋겠다는 거죠. 어쨌든 저는 바이섹슈얼 단체를 만드는 데에 대해,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느끼는 압박감과 책임감도 가지고 있답니다. [크게 웃음]

정말 진지하게, 진심으로... 같이 바이섹슈얼 운동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얘기를 좀 해봅시다. 뭘 하고 싶은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진짜 단체를 만드는 데 함께 하고 싶은지. 저랑 바이섹슈얼 단체를 만들고 싶은 사람을 환영하… 음, 장담은 못 하겠지만 환영하려고 노력하겠단 얘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아, 꼭 제가 아니고 여러분 중 누군가끼리 조직적인 활동을 하는 것도 굉장히 굉장히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네~




*인터뷰 참여 - 캔디, 주누

*녹취 및 작성 - 주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