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참여자: 낸시, 다리아, 시브, 아서, 영영이, 이브리, 잇, 주누  


소외된 우리의 정체성, 누구로부터도…


이브리: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갈까요. 시브 님께서 동성애중심적 성소수자인권운동에서  바이섹슈얼이 소외되는 이슈에 대해, 그리고 바이정체성을 자각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고 하셨는데요. 퍼레이드 같은 자리가 아니더라도 어떤 운동의 구호나 캠페인에서도 ‘아, 저기는 내가 없는 것 같은데’ 라는 느낌이 드실 수 있잖아요. 혹시 여러분은 그런 경험이 있으신가요.

낸시: 오늘 오면서 ‘행성인’ 계정을 체크해 봤는데 새삼 이름 바꾼 게 너무 잘한 일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행성인’의 전 이름은 ‘동성애자인권연대 (약칭 ‘동인련’’)  옛날에 ‘동인련’ 여성모임 할 때 ‘동성애자인권연대 여성모임이면 나는 못 가겠네’ 하기도 했고. 다양한 정체성이 있을 텐데 행성인으로 바뀌니 훨씬 나아졌고 생각해보니 늦게 바뀌었구나 하는.

시브: 젠더연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퀴어 부분이 따라와요. 문학이나 다른 문화 컨텐츠를 이야기할 때 퀴어이슈가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러면 당연히 게이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심지어 레즈비언 이야기도 잘 안 나오고요. 젠더 연구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바이섹슈얼을 퀴어 문제와 같이 언급하는 사람은 정말 별로 없거든요. 정체성 문제랑도 좀 연관이 되는 게, 내가 ‘나는 퀴어야’ 라고 하면 나는 당연히 게이거나 레즈비언 중 하나로 정의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지는 거에요. 아까 만나는 사람에게 자기가 바이라고 밝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했잖아요. 여자친구 앞에서 저는 레즈비언이었고 남자친구 만날 때는 헤테로였거든요. 이처럼 내가 굳이 바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는 나를 바이라고 정체화하지 않게 되는 것 같아요. ‘나는 퀴어야’ 라고 하면서 ‘근데 나 남자 만나’ 하면 ‘너 진짜 퀴어야?’하는 경우도 있고 스파이 보듯이 하는 것도 있고. 그래서 퀴어이슈에서 바이섹슈얼 이야기가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리아: 저는 퀴어퍼레이드 개막식 갔었는데, 그때 좀 관심 있게 본 이유가 그 전부터 동성애혐오세력들이 반대를 하러 나왔잖아요. 그들의 팻말을 보면  LGBT 반대라고 하지만 ‘항문섹스는 재앙이다’ 라던지, 게이 중심? 이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조차 누가 누군지조차 이해를 못하고 막연히 동성애자=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라고 느꼈어요.

낸시: 항문섹스라는 말에 대항하기 위해 계속 그런 워딩을 할 거 아니에요. 그럼 혐오세력이라는 사람들의 말을 계속 언급하게 되잖아요. 그럼 ‘성소수자 인권문제’를 이야기한다고 하면서 동성애 이야기를 하는데, 동성애도 아니고 게이남성들의 항문섹스 이야기가 되는데요. 또 거기에 맞서기 위해서 ‘레즈비언 핑거섹스도 언급을 해라’ 약간 이런 식으로까지 되고. 그럼 더 고착이 되잖아요, 반박하는 말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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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s://www.flickr.com/photos/binetusa/3891728093


이브리: 한편으로는 굉장히 다양한 의제가 전부 동성애자의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죠. 결혼 문제만 예를 들어도, 마치 트랜스젠더는 동성결혼 안 하는 것처럼, 양성애자는 동성결혼 안 하는 것처럼 그 모든 것을 동성애자의 이슈로 가져갈 때가 있잖아요. 만일 동성혼이 법제화 된다거나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다른 누구도 아닌 ‘동성애자’의 인권이 신장된 거라고 말할 거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건 동성애자 아닌 다른 모두를 위해서 좋은 거야’ 라는 수사가 같이 가잖아요. 저는 그런 행태가 아주 기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슈를 어떻게 선점하고 어떤 위치에서 해석할까 의 문제가 굉장히 첨예한 정치인데. 게다가 언어의 문제도 있고요. 일례로 성적지향이라고 하면 성적지향에 양성애가 굉장히 당연하게 포함되어 있다고 보통 받아들이기 쉬운데, 성적지향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은 중립적이지 않고 동성애중심적이라는 역사가 있기도 하고. 예를 들어 한국에서 반차별 조례나 법을 하면, 조항에 성적지향이라는 말을 넣을 때 사실 다들 동성애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있으면서 ‘성적지향이라고 썼으니까 양성애자도 포괄하는 거지. 우리는 모두를 위한 투쟁을 한 거다’ 이렇게 주장만 하면 모든 게 정당화가 되는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주누: 웃긴 건 차별금지법 투쟁 당시 차별금지사유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외에 성별이 또 따로 얘기되었어요. 왜냐면 성적지향은 게이 레즈비언들 거고, 성별정체성은 트랜스젠더 거고, 성별은 여성 거라서, 여성 단체를 만족시키기 위해선 성별이라는 말이 따로 들어가야 했던 거예요. 그리고 애매한 부분은 누군가 사유 중 우선순위가 있느냐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 선택할 수 있는지, 누군가가 선택한다면 그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이브리: 그러니까 성별 이슈가 여성 이슈라고 하면 마치 레즈비언은 여성이 아닌 것처럼….

잇: 여성소수자는 여성이 아닌 것처럼, 따로 다루어야 하는 것처럼 구분해선 안 되죠….

이브리: 그리고 사실상 그렇게 생각하면서 운동을 해 놓고선 나중에 어떤 성과가 있으면 분명히 “자 봐라, 성별에 따라 차별 받지 않으면 너네 트랜스젠더들 너네 레즈비언들 얼마나 좋은지 알아? 우리가 해준 거야.” 이런 식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심지어 트랜스젠더/레즈비언들이 운동을 같이 해서 이뤄낸 성과라도. 물론 제가 말한 건 가상의 예시인데, 저는 그런 태도가 되게….

잇: 성별하고 성별정체성이 완전히 별개의 것인 것처럼 여기는 건 결국 배제라고 생각해요.

주누: 동성혼과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퀴어의 이슈들이 어떤 마치 인권감수성의 바로미터처럼 여겨지고 그게 대체 뭔지도 정확히 모르고 거기에 속하는 주체들이 누군지, 얼마나 중복되어 있고 겹치는지도 잘 상상을 못하면서 그 되게 추상적인 언어들을 성취했을 때 얻어지는 거가 마치 승리인 것처럼 하고. 몇몇 소수의 사람들이 동성혼 이슈를 인권의 이슈로 치환하면서 저런 식으로 제도화라는 정치적인 이슈를 잘 이용하고 활용하고 자기의 이익에 맞게 보수적인 퀴어들이 등장을 하기 시작하는구나 생각이 들죠. 보수적이라는 단어가 적당한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쩜 그렇게 미국의 못된 모습은 따라가는 건지…. [몇 명 웃음]

잇: 한편으로 저는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 일이 만들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는 일이라고, 없었던 때로 되돌아갈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생각이 조심스러운 게 있어요….

다리아: 그러면 동성혼 합법화보다 다른 문제들이 차례차례 아니면 동시에 다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주누: 저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전 웹진 2호 때 [웃음] LGBTI 욕구조사 워크숍을 참여한 일을 정리하면서 썼던 거고 (링크: http://bimoim.tistory.com/34 ), 또 한 년 전까지만 해도 비혼이슈나 파트너십 그리고 또 다른 형태의 공동체에 대한 상들에 대한 아이디어들, 혹은 그 안에서 여러 사람과 함께 살면서도 혼자 솔로로 살기 같은 것들 등등등에 대한 여러 가지, 어떻게 함께 각자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퀴어적인 아이디어들이 드문드문 나오기 시작했던 흐름이 있었는데요. 사실 법이라는 용어가 그렇듯, 동성혼이라는 단어가 딱 등장을 하니 그 안에 여타의 것들이 다 포함되는 듯이 여겨지면서 그것들이 싹 없어도 되는 것처럼 얘기가 되는 그런 흐름이 존재하는 거 같고요. 어찌 보면 양적으로 그쪽이 수요가 많아서? 겉으로 보이는 기대치가 많아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이 들게 되는 거예요.

이브리: 그러니까 이게 약간… 사람들이 말하는 동성혼은 환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요. 제도가 생기면 물론 편한 건 있겠죠. 얻는 것도 많을 테고. 그런데 그러면 (제도로 인해서) 잃는 건 전혀 없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고 하면 거의 동성애혐오자 취급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당연히 누군가는 동성결혼을 원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동성결혼 법제화라는 구호가 성역이 되는 게 당혹스럽달까. 그리고 저는 결혼하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되게 폭력적이라고 봐요. 결혼 안에서 일어날 수 있고 계속 일어나고 있는 이런저런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고, 뭐가 어떻건 일단 동성결혼 법제화부터 쟁취하고 이야기하자는 태도도요. 많은 입장이 있을 수 있잖아요.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전부 호모포비아라서 반대를 하겠냐는 거죠. 나는 이성애자인데 결혼 자체를 반대하기 때문에 동성결혼도 반대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그런데, 그 모든 사람들을 그냥 “당신은 동성애자 인권을 지지 안 하는 호모포비아”, 그리고 동성결혼 법제화를 지지 하지 않는 성소수자는 무슨, ‘직무유기’라나 뭐라나, 그런 강력한 표현들을 써가면서 지금 이 상황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은 전부 생각이 없거나 멍청하거나 혐오를 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그런 수사들을 요즘 부쩍 자주 접하거든요. 저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동성결혼을 이슈화하는 현재의 흐름에 대해서 경계하게 되고, 쉽게 찬성할 수 없는 거 같아요.

시브: 처음에 동성결혼 얘기가 나왔을 때 이거 되게 보수적인 결정이다 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론 현실적으로 결혼을 했을 때 경제적으로 얻어지는 입장은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저는 비혼주의자로서, 그 제도가 되게 잘못되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그런 제도의 문제점 자체를 고치지 않고 그냥 이 제도가 있으니까 너도 끼워줄게 하고 동성애자들도 데려가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그게 되게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그 동안 (동성애자/동성 간 연애자들은) 그 제도에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수가 없었죠. 그걸 법이 너 들어오지 마라고 할 그런 권리도 없는 거고요. 하지만 동성혼 합헌이라는 게 ‘너희도 하고 싶으면 결혼을 할 수 있어’라는 게 되어야 되지, ‘결혼이 좋으니까 다들 결혼하자’ 이렇게 가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미국의) 동성혼 합헌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L(레즈비언) 커뮤니티나 그런 데서 막 ‘미국으로 갑시다!’ 이런… [웃음] 그런 분위기가 막 생겨났고 모든 관계의 정답이 결혼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도 있어서 (보기에 불편했어요). 사실 우리가 뭔가를 쟁취했다는 생각에 너무 젖어서 그 아래에 더 자세한 문제들은 좀 돌아보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근본적인 제도가 변한 건 아니잖아요. 기혼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고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이 더 돌아가는 것도 맞고. 근데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다, “너네 이거 못해서 그동안 섭섭했지? 그러니 끼워 줄게” 이런 느낌이라 조금….

주누: 그러니까 최근 미국의 동성혼 합헌이라는 타이틀도 제도가 새로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판결 내용은 동성 간 결혼을 막는 법을 주법에서 제정할 수 없다는 거. 그 문구 자체는 사실 괜찮아요. 근데 그게 되게 이상한 식으로 회자되는 거죠. 또 찾아보니까, 이상한 두 그룹이 싸우는 거예요. 동성혼이 미국 전국에서 인정되고 나서, 한쪽에서는 Next is Transgender(다음은 트랜스젠더다) 라고 말하는 트랜스젠더들이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Next is Polyamorous Marriage(다음은 다자 간 결혼이다)라고 하면서 [다들 웃음] 이 둘끼리 싸우고 있는 거예요. 되게 재밌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브리: 저는 그 ‘넥스트’라는 단어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넥스트는 우리가 돼야 한다고 싸우는 상황 자체가 슬프네요. 동성애자는 동성 결혼으로 모든 걸 쟁취한 것도 아니고 트랜스젠더는 지금까지 아무 것도 안 하고 놀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운동을 정체성 범주로 구획한 다음에 하나가 끝나야 다른 하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주누: 그쵸. 그것도 되게 웃긴 거고, “하나 (제도화)되었으니까 그 다음은 우리 차례”라는 것도 되게 웃긴데다가 얘네 둘이 싸우고 있는 것도 되게 웃긴 거고.

다리아: 저는 모르겠어요. 저는 동성혼 합헌을 굉장히 지지하는 사람이라. 저는 비혼주의자지만 주변에 그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너무 힘들게 죽은 사람을 봤어요. 그 커플 때문에라도 반드시, 그러니까 얘기하셨잖아요. 예를 들면, 뭐였지, 의료보험, 전세 이런 것들이 세부적으로 되게 많은데 결혼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슈들이 주목 받지 못하는 게 문제다 라고. 근데 한꺼번에 할 수 있으면, 그러니까 가장 큰 대분류를 하면 나머지는 다 해결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얘기 듣다 보면 저는 동성혼보단 사실 동거법이 먼저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그게 일단 되면 동성도 그렇겠지만 일단 여러 가지 문제로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해결되는 문제들이 있겠죠. 그래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하고, 이제 시작이니까 다른 것도 하자라고 생각하면 안 될까라는 마음이 저는 들어요. 그러니까 이게 굳어진다고 해서 비혼인의 권리가 항상 제쳐질 거라고는… 아직 안 해봤으니 모르잖아요. 해보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시브: 그런 거 있죠. 진보운동이 큰 파도면 여성운동은 나중에 조개를 주우라고, 그런 거.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저는 동성혼 얘기 나왔을 때 과연 이게 법제화된다고 해서 지금껏 어떤 사회적인 차별 때문에 커밍아웃을 못 하고 있던 사람들이 커밍아웃을 할까라고 생각해봤는데, 아니거든요.

이브리: 몰래 구청에 가서 결혼하고, 나중에 등본 뗄 일 있으면 막 쩔쩔 메고? [웃음]

시브: 오히려 그런 어떤 동성애… 여자랑 결혼을 했어, 호적 신고를 했어, 그래서 기록 상으로 그렇게 나오는 것 때문에 오히려 더 차별이 갈 수도 있고.

다리아: 그리고 차별이 가시화된다는 게 있잖아요. 그러니까 네가 이걸 보고 차별을 한다라는 뭐랄까 증거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있을까. 전 이번처럼 ‘메갈리안’ 이런 것만 봐도, 문제가 문제라고 인식하는 순간 그게 가시화가 되면 좀 더 부흥하고 다들 주목을 하잖아요. 사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공무원들이 동성혼 할 수 있다면, 할까요? 안 할 거거든요. 왜냐하면 진급에 문제가 생길 테니까요. 그런데 분명 주목은 받잖아요. 그러다 보면 사회 인식도 변하고.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그냥 불 지르는 거죠, 제도화 문제가 있으니.

잇: 천지개벽은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웃음]

이브리: 제 생각엔, 의료라거나 그런 문제들은 성적 관계인 두 명이 같이 살 때만 겪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예를 들어서, 성적인 관계가 아닌데 동성 친구 서너 명이 평생 같이 살고 싶을 수 있잖아요? 요즘 젊은이들의 공동주거라거나 그런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결혼, 성적 결합, 이거 이외에 가구를 구성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는데, 제가 느끼는 지금 분위기는 마치 동성결혼이 다른 것보다 급하니까 빨리 해야 되고 무조건 찬성하라고….

주누: 그게 중요한 포인트이죠. 다른 다양한 가능성이 닫히고 남남/여여 간의 동성혼만 있을 뿐이지 기존 결혼과 다르지 않아 라고 주장하는 게 또 다른 불편한 지점의 한 측면인 거 같아요.

아서: 방금 말씀하신 동거법 얘기가 저는 좀 기억이 남네요. 되게 다양한 형태가 있으니까, 어쨌든 결혼이랑 그냥 같이 사는 건 다르잖아요. 근데 좀… 그 부분도 (논의가) 많이 필요한 부분인 거 같은….

낸시: 생활 동반…, 동반 생활… [다들 웃음]

이브리: 요샌 그 얘기가 참 안 나오죠.

낸시: 그러니까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동성혼이 이만큼 이슈가 됐는데…. 그 얘기도 항상 있어야 하는데 없고 그냥 동성혼이 되면 좋다는 거예요, 계속.

이브리: 동성혼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동성혼이 다른 식의 대안이나 다른 모든 이슈를 다 잡아먹어서 그게 문제인 거 같아요.

주누: 동성혼 인정해준다고 해서 (동성 간) 사실혼도 인정해줄까 라든지.

다리아: 전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했어요.

아서: 뭐로 인정하지?

주누: 사실혼 역시 법적인 권리나 지위 같은 게 달라지는 측면이 있기도 할 거고요. 그리고 “어디까지 어떻게 인정할 건데? 어떻게 뭘 기준으로 할까?”가 모호한 거죠.

이브리: 사실 그게 동성 룸메이트 두 명과 동성 간 사실혼 관계는 굉장히 애매하고. 그건 어떻게 해도 구분할 수 없는…. [웃음] 집에 CCTV 달아놓고 검사할 것도 아니고.

다리아: 그것도 주장하면 주장이 되는 거 아닌가요? 뭔가, 비혼주의자이고 동성애자인 남녀가 같이 살았을 때 그들이 친구라고 주장할 수도 있고 그들이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문제이잖아요.

이브리: 그런데 성적인 관계든 아니든 한 가구로 협동해서 살다가 어느 순간에 틀어진다면, 이들이 사실혼이라고 주장하였을 때 헤어지면서 보장되는 위자료나 다른 권리를 친구관계인 사람들은 못 누리게 된다거나, 그건 문제가 있지 않냐는 생각이 계속 드는 거죠.

주누: 실제로 현재 이성 간 사실혼의 경우에도 갈라설 때 누가 재산은 어떻게 하고 애는 어떻게 하고로 싸움이 붙곤 하죠.

시브: 연인 관계가 아닌 집단이 헤어질 때 보장되는 권리가 없다는 거죠, 동성혼으로만 설정이 되게 되면?

주누: 그렇기도 하고… 한편으로 내가 귀책사유가 있는데 잘 숨긴 채 “우린 룸메이트이자 친구였을 뿐이잖아”라고 주장하면 그 권리는 모호해질 수도…. [웃음]

이브리: 헤어질 때 책임 안 지고 도망갈 수 있겠어요. [웃음]

주누: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

이브리: 있지 않을까.

주누: 그걸 현재의 남녀 이성 간 결합하는 결혼의 그 제도에서 상상할 수 있는 것과 다른 무언가가 생겨날 건데, 그것에 대한 법도 없을 뿐만 아니라 고민도 안 되고 있죠.

낸시: 고민도 없고, 그냥 동성혼 되면 좋지….

다리아: 그게 무서워서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저는 사건이 일어나야 뭐든지 대처 방법이 생겨나지 않을까 쪽으로 생각을 해요.

시브: 말씀 그대로 동성애자 전문 변호사가 생길 수도 있고. 물론 아까 말씀하셨던 것처럼 두 명이 살고 싶을 수도 있고 세 명 네 명이 살고 싶어질 수도 있는데, 그때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단 거죠. 동성혼 때문에.

주누: 찬반의 영역이라기 보다는, “동성혼도” 와 “동성혼만” 혹은 “동성혼이” 이 차이인 거 같아요. 근데 다들 전자 쪽이 좋다 라고 생각을 하겠지만, 이게 돌아가는 현실적인 상황 상 후자 쪽으로 몰아가는 게 더 유리하니까 에 대한 문제지적도 있는 걸 테고요.

다리아: 전 처음 알았어요, (동성 결혼 법제화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낸시: 이게 찬성 반대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저는 동성혼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그거 말고 다른 대안도 같이 논의가 되고 다른 대안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브리: 그리고 동성혼에 찬성하면서도, 다른 대안보다 동성혼이 ‘더’ 시급한 것처럼 규정되는 상황에는 반대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낸시: 어쨌든 다들 소금뿌리는 걸 싫어하는 분위기여서. (비판을) 초 친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

주누: 유치한 말장난 하자면, 이성혼 동성혼 있으니, 양성혼도 새로 있어야 되나. [다들 웃음]

이브리: 남자랑 여자랑 결혼하면 양성혼 아냐? [다들 웃음]

낸시: 이거는 또 다른 얘긴데, 시민인권헌장 다음에 그 포스터가 나온 거 혹시 보셨었나요? 시민인권헌장 그 점거 끝나고 나온...

이브리: 인권포럼에서 나왔던 거요?

아서: 그것도 되게 문제가 됐었던… 조금 문제 됐었던 거 같아요, 사실. 일각에서.

낸시: 저는 사실 인권헌장 시청점거 몇 번 갔는데. 거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정말 다양한… 저는 현장 분위기 되게 좋았어요. 왜냐면 거기 연대하러 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냥 연대할게” 이게 아니라 진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좋았는데. “우리는 원한다, 야~” 이거 저는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불편해 한 사람들이 되게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그 현장에서도. 되게 굉장히 ‘게이 끼순이’스러운…. 그런데 이걸 안 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이걸 포럼 포스터에다가 해서 문제제기를 했더니, 또 문제제기에 대해서 굉장히 방어적으로 나오는 어떤 의견들이 있더라고요. 거기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포스터에서는 “우리는 원한다, 야”하는 약간 게이 남성인 거 같은 인물 한 명만 세워가지고 그거에 대한 지적이 있었어요.

이브리: 퀴어함의 정의 자체가….

낸시: 끼순이 이런…. 근데 진짜 그런 게 있는 거 같긴 해요. 저 퍼레이드 때 계속 퍼레이드 카 여기저기 옮겨 다니고 있었는데, 근데 진짜 게이분들만 있다고 여겨지는 저기 가면 진짜 이걸 어떻게 주체할 수 없겠더라고요, 에너지를. [다들 웃음] 분위기가 너무 다른 거예요. 진짜 대단하더라고요. 그니까 대단한데. [주누: 끼 파워?] 네, 끼 파워가 대단한데, 걸그룹 노래 같은 거 나오면 떼창 하잖아요. 따라잡을 수 없는 그 에너지. 근데 그게 성소수자를 대표적으로 재현하는 것처럼 되는 거 자체에 대해서는 지나친 문제제기라고 핀잔을 받거나 하는 일이 있어도 문제제기가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왜 계속 이렇게만 되는지는 계속해서 트집을 잡는 것.

주누: 누군가에겐 끼 부리는 그 공간만이 해방 공간이고 밖에선 못하는 경험일 수도 있는 거고. 그런데 또 다른 누군가에겐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는 거겠죠.

이브리: 누군가에게 해방적인 경험이 다른 사람에겐 불편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더 얘기하자면, 예전에 ‘며느리가 남자라니 농번기에 좋겠구나’라는 구호가 있었는데요. 혐오세력의 (남성 간 성애와 결혼에 반대하는) ‘며느리가 남자라니!!!’에 대항하는 구효죠. 그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재밌고 해방적인 구호일 수도 있는데 저는 그게 극도로 불편했어요. [낸시: 네. 저도 사실은.]

잇: 농번기의 진실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밭에 나가봤냐? [다들 웃음]

이브리: 그렇죠? 농촌에서 밭일하는 사람 다 할머니들이고, 또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여성적’인 농촌일만 해도 그 노동의 강도가 정말 어마어마한데, 그걸 마치 ‘여자는 제대로 일을 못하는 사람이니까, 일을 잘 할 수 있는 남자 사위가 들어가면 좋겠구나’, 이건 여성의 노동력, 여성이 분담하는 일을 평가 절하하는 주류사회의 인식과 똑같잖아요. 굉장히 불편했는데, ‘내가 이걸 말하면 분명히 개그를 다큐로 바꾸고 어쩌고 이런 말을 듣겠지?’ 이러면서 그냥 혼자 닥쳤거든요. [웃음]

다리아: 어떤 이슈도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 거 같아요. 진짜 모든 게 다 걸쳐져 있는 느낌.

주누: 그러니까 그 중에서 어느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같이 ‘현재 여러 가지 모순된 문제가 존재하고 있다’는 인식 정도가 지금 운동사회 안에서 베이스로 깔리면 좋겠는데, 그조차도 잘 안 되고 점점 더 어려워지니까 그게 답답한 거죠.



만나보니 참으로 좋았다


이브리: 길게 이야기를 했는데,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 분 계세요?

다리아: 저는 (내가) 바이섹슈얼인가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왜냐하면 레즈비언으로 살았을 때 너무 행복했고, 그냥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했고 그랬었는데. 남자친구가 있는 바이가 되고 난 후 관심이 되게 커졌어요. 내가 남자친구가 있지만 성소수자라는 걸 인정받아야 했기 때문에요. 그래서 처음으로 바이로서 정체성을 인정하게 되었고, 주변에도 말하고. 네, 그렇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주변에 바이가 한 명도 없거든요. 그래서 꼭 나와서 바이, 다른 바이들을 만나보고 싶었어요.

이브리: 만나보니 어떠셨어요? [다들 웃음]



다리아: 나랑 같은 고민도 하고,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거에 대한 담론 이런 것도 되게 좋았고. 네, 그냥 좋았어요. 저 처음으로 느꼈거든요. 저는 이 자리 올 때, 제가 학교 다닐 때 동아리에서 모임을 했었는데 회장을 했어요. 학교 모임은 특이하게 그 어떤 동성애 모임도 가지 않고 처음으로 나온다는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진짜 그 (모임에 찾아오는) 친구들 문 앞에서까지 벌벌 떨면서 “내가 가도 돼요?” 라는 질문을 하거든요. 저는 어렸을 때, 너무 어렸을 때 제가 동성애자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한 번도 그런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그냥 가면 재밌고 좋은 거지. 그런데 오늘 망원역 내려서 2번 출구 딱 올라왔는데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거예요. 진짜 내가 가도 되는 자리일까, 뭐 그런. 소외 당하면 어떡하지? 그런 느낌? 처음 느꼈어요.

이브리: 당연히 오셔도 돼요! [웃음]

시브: 저도 내가 바이섹슈얼이야 하는 정체화 과정이 되게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여자를 되게 오래 사귀었고, 그러다가 남자를 좋아하게 됐을 때 정말 혼란스러웠거든요. 이게 내가 바이여서 남자를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헤테로 문화에 젖어서 남들이 다 남자를 사귀니까 남자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건지 그런…. 사실 나는 레즈비언인데, 레즈비언인 게 힘들어서 남자를 좋아하는 척하고 있는 건가 이런 고민도 많이 하고. 그래서 그걸 인정하기까지가 되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으니까 더 막막하기도 했었는데, 이렇게 와서 여러 가지 얘기를 들어보니까… 아,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 [다들 웃음] 위안도 좀 얻으면서 좋은 거 같아요.

다리아: 이런 케이스를 전 처음 봤어요, 정말로. 대부분 남자를 좋아하다가 자기가 처음으로 여자를 좋아하게 될 때 ‘내가 바이섹슈얼인가?’ 이런 경우의 바이는 되게 인터넷에서 찾으면 많이 찾는데. 자기가 동성애자인 줄 알고 있다가 바이라는 정체성을 하는 사람은 진짜 드물더라고요. 뭐, 있더라도 말 안 하는 걸 수도 있는데.

시브: 개인적인 얘긴데, 막… 해도 돼요? [다들 웃음] 저는, 사춘기 말할 때 다들 선생님을 좋아한다거나 선배를 좋아한다거나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시기가 있잖아요. 근데 제가 그런 게 늦었거나 없었거나 뭐 그랬어요. 제가 여자를 상대로 짝사랑을 정말 오래 했단 말이에요. 그래서 그 짝사랑하고 걔랑 사귀는 시기까지 합치니까 사춘기랑 20대 초반이 다 사라진 거예요. 그러다가 뒤늦게 남자를 만났을 때 많이 헷갈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가 10대여서 그녀를 좋아했던 건가? 나는 사실 헤테로인가?” 그런 생각이 한편으로 들면서, 나는 레즈비언이지만 남들 다 남자친구 사귀니까 (나도 남자를) 만나보고 싶은 건가? 그런 생각 들 때도 있고.

이브리: [웃음] 아, 제가 딱 그랬어요. 10대 때 계속 여자 동급생을 좋아해서 눈도 잘 못 마주치고 너무 좋아서…. [웃음]

영영이: 그런데 내 사랑이 착각이었나 이런 생각 들고.

이브리: 네, 그쵸. 그리고 “10대 때는 다들 그러는 거야”라고.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 ‘아, 그런 거야?’ 이러면서…. [웃음]

낸시: “(십대 때는) 다들 그러는 (동성에게 설렘을 느끼는) 거야”라는 말에서 동성애자들은 그냥 한쪽 성만 좋아하니까 좀 그에 대한 방어논리라고 해야 되나, 좀 더 쉽게 그리고 자기도 납득할 수 있게 (반론)할 수 있는데, 바이 같은 경우에는 “아, 진짜 그런 거구나” [다들 웃음] (그런 말을) 많이 들어가지고… 더 좀 바이로서 정체화하는 것도 게이나 레즈비언보다 늦는 것도 있고 그런 거 같아요.

다리아: 저는 스물 한 살 때 처음으로 남자 후배를 좋아하게 됐는데, “그냥 스쳐 지나가는 감정이야, 너는 레즈비언인데 그냥 그럴 뿐이야, 너는 탈반하지 않아” 이러면서 스스로에게 [웃음] 되게 막 그랬었어요. [이브리: 스스로를 되게 부끄러워하며…?]  아는 오빠한테 “쟤네 귀엽지 않아?” 이랬어요. 아는 게이 오빠였어요. 바로 “쟤 끼순인데?” 딱 그래. [웃음]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게이라니. “아니야, 쟨 절대 아니야!” [다들 웃음] 라고 말을 하는데, 그 친구는 하여튼 좀 애매한 친구이긴 했어요. 그렇게 됐죠.

영영이: 저는 좀 남자도 좋아했었고 여자도 좋아했었으니까, 오히려 저에 대한 고민은 없었고. 오히려 이성애자, 자기 스스로 나는 완벽한 이성애자라고 말한다거나 난 완벽한 동성애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전 조금 더 “어떻게 저렇게 확신을 할 수가 있나?”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은 오히려 반대니까…. 그런데 또 특히나 제 친구들은 동성애를 너무나도 싫어하는 친구들이니까 거기에 얘네들의 질서에 항상 맞장구를 쳐주면서, “그게 뭐 완전히 내 거짓은 아니니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그랬었는데. 이 학교에서 저를 이해해주는 편이긴 하지만, 있는 그대로를 봐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제 말을 하기 시작하니까 고민이 되기 시작하는 거예요. 어떻게 또 그렇게… 그 동성에게 고백을 했을 때 이 사람이 자기 스스로를 이성애자라고 정체화한 사람이면 나는 이게 커밍아웃이 되어버리는 거고 이 모든 관계가 무너지니까. 좀 더 다양성이 고려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여전히 그런 질서가 꽉 막혀있는 거 같아서. 좀 되게 그 온도차가 큰 거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고. 여기에서는 막 다 이해되고 그러면 기쁜 마음으로 아, 역시 뭐…. [다들 웃음] 그리고 다시 돌아가면, 페이스북만 하더라도 저는 퀴어에 대한 좋아요를 누르면 친구들이 캡쳐를 해서 보내요. “아, 이런 거 하지 마” [일동: 헉!] 저는 그 좋아요 하나 누르는 것도 되게… 그리고 프로필 사진에서 남자 캐릭터로 제가 설정해 놓은 것도 아닌데, 그것도 캡쳐해 와서 “너 왜 남자…”

다리아: 되게 포비아적인 환경에 계시네요.

영영이: 그래서 그런 게 되게 무서운 거예요. 그래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 때 갔을 때도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거기 카메라가 너무 많으니까 아 이렇게 친구들이 볼 수 있을까? 항상 이런 공포? 양극단의 환경에 있다 보니까 그게 참 힘든 거 같아요.

낸시: 전 고등학교 때 오픈이었는데, 왜냐면 여자 둘이 언제나 같이 다니다가 사귀기 시작하는 걸 주변에서, 모를 수도 있지만 모를 수가 없게 하고 다닌 거 같아요. 좀 환경은 괜찮았어요, 고등학교 때. 주변에 저처럼 완전히 대놓고 커밍아웃하는 친구들은 없어도 그렇다는 친구들은 많이 알고 있었으니까. 되게 괜찮았어요, 애들 인식 수준이나…. 근데 대학교를 딱 갔더니 그게 아닌 거예요. 저는 여대 다니는데 정말 헤테로 소굴이에요. 저는 정말로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는데, 갑자기 이게 뭐지 이게 뭐지 이런 식으로 되어서, 거의 첫 강의 때마다 커밍아웃을 했는데, 자기 소개 시간이 있는 강의는 커밍아웃을 했는데 좀 제가 오면서 느낀 게 제가 레즈비언처럼 패싱을 하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그냥 그게 더 편하고 빨리 먹히니까. 저는 동성애자입니다 레즈비언입니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저 여자친구 있어요, 오래 사귄 여자친구 있어요” 그러면 “아 그렇구나”. 또 이게 주는 약간의 충격이 있으니까 이게 좀 편한 방법이라 생각해서 그렇게 커밍아웃을 하고 나면 또 한 번의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 과정… 전 이게 편한 방식이라 생각해서 커밍아웃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전 그렇게 스스로 패싱을 하고 있었던 거 같아요. 아니면 뭐 의도적으로 그냥 레즈비언으로 보일 때가 편할 때가 있어요. 그냥 뭐 만약 어떤 헤테로 남성을 만나면 그렇게 (내가 레즈비언이라고) 말하면 어떤 성적 긴장감도 덜 생길 거 같고 그런. 그러면 그렇게 하더라고요, 제가. 약간 스스로에게 놀라면서. 양성애자라고 커밍아웃 못 할 건 없는데, 그런 것 때문에 커밍아웃을 못 하는 거예요. 이 사람이 갑자기 태도가 바뀔까봐. 약간 이런 느낌이죠, 최근에는. 그래서 좀 더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커밍아웃하는 방식을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리아: 저는 여자를 대할 때 성적 긴장감이 사라질까봐 내가 바이섹슈얼이라는 얘길 못 하거든요. [다들 웃음] 있으면 좋으니까 그냥 끝까지 레즈비언인 척하고.

이브리: 바이라고 얘기하면 성적 긴장감이 사라지나요?

아서: 아니, 저도 그거 물어보고 싶었는데.

다리아: 제 주변 레즈비언 중에 바이섹슈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어요. [일동: 아~] 오히려 전 여자친구 같은 경우에는 이걸로 절 되게 괴롭혔어요. 그러니까 사귀기 전에 “사실 나 바이인데 괜찮겠어?” 했더니 생각을 해봐야겠대요. 바이 싫어한대요. [웃음] (고민한 후에) 하루 만에 사귀기로 했어요. 그래서 잘 사귀는데, “걔랑 할 때 좋았어? 걔랑 해봤어?” 이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맨날 하고,

이브리: 남성 전 애인에 대해서요?

다리아: 예. 남성인 전 애인 이름을 대면서 그런 식으로 묻거나, 자기 혼자 꿈을 꿔요. 내가 다른 남자랑 결혼하는 꿈. 내가 그때 전화를 안 받으면 난리가 나는 거예요. 네가 바이이기 때문에 내가 이런 꿈을 꾸니까 이건 너의 책임이라는 거예요. [낸시: 마치 교정되면 좋겠다는 식으로.] 그렇죠, 그래서 저는 그때 결심을 했죠. 여자든 남자든 만나면 절대 얘기하지 말아야겠다.

낸시: 오히려 레즈비언이라고 하면 남자랑 얘기할 때 더 편한 부분이 있더라고요. 레즈비언으로 보이면, 차라리. [일동: 네, 맞아요, 맞아요.] 그래서 그렇게 벽을 치듯이 약간 거리감을 유지하면 대화를 하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아서: 저는 아까 영영이 님 말씀하신 거 전 많이 좀 공감했어요. 저는, 전 당연히 남자도 되게 멋진 사람이 많고 여자도 되게 멋진 사람이 많아서 흠~ 다 좋다 이랬는데. [다들 웃음] 다른 사람들도 멋있는 사람들 많으니까 다 그렇게 느낄 거라고 생각했어요. 뭐 논리적으로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막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렇지 않다는 걸 어떤 식으로든 깨닫기 시작하면서부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내가 레즈비언인가?’ 싶었을 때도 ‘이건 뭔가 아닌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고. ‘아 그러면 내가 헤테로인데 그냥 헷갈리는 건가?’라고 했을 때도 그것도 좀 아닌 거 같은데. 그런 상황에서 되게 많이 고민을, 생각을 많이 했었던 거 같아요.


이브리: 사실은 몇 분이 이메일에 ‘그냥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이렇게 쓰셔서, 모두가 이야기 안 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으시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을 했었는데 전혀 필요 없는 걱정이었어요. 좋은 얘기를 정말 많이 해주셔서 웹진이 아주 잘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냥, 전 재미있었어요. 다들 오늘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가시는 거면 좋겠고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일동 박수]



*정리-바이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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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이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