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웹진; [2호] 연애

[기고] 연애에 겁먹은 바이 신생아

*기고-Anéla




바이인 나에게 연애는 어떤 의미일까? 

지난 두 번의 연애는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었다. 내가 처음 사랑했던 사람은 여자였고 난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나를 좋아한다는 그에게 커밍아웃을 했었다. 그래도 내 주위를 맴돌던 그는 참 좋은 성품을 갖고 있었다. 만나보는 건 나쁘지 않을 거라 시작했던 그 인연이 깊어질 줄은 몰랐었다.


그렇게 두 번의 연애가 끝났을 때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에게만 끌렸기에 나는 특별한 예외가 있었던 레즈비언이라고 생각했다. 어느 날, 한 남자에게도 설레는 나를 보고 여자를 선호하지만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는 바이라는 걸 알게 됐을 때 너무 고통스러웠다. 


스스로 깨닫진 못했지만 나는 바이 포비아였다. 왜 하필이란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이해를 받지 못하는 그런 존재. 지금 나에게 연애란 두려움이다.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이 여자일지 남자일지 나도 모르는 거니까. 혹시라도 평생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 사람이 여자라면, 남자라면. 먼 미래를 그려볼 수가 없다. 


동성애 사회에 만연한 바이포비아와 성적 지향과 성적 취향을 혼동하는 이성애 사회의 무지 또한 연애를 망설이게 만든다. 그 사람에게 나는 이렇다는 걸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지. 거짓말은 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과 같은 척하게 될는지. 바이를 만나는 행운이 올는지. 



반평생 이방인 생활 중인 Anéla







*이미지 출처: phototrashh